MODU 직업인 이야기

[MODU 직업인 이야기] 저작권자와 출판사를 연결하는 저작권 에이전트

MODU 모두매거진 2022. 3.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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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존재한다. 그리고 저작권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저작권 에이전트’라고 한다. 저작권 에이전트는 저작권 계약을 위한 사전 조사, 판권료를 비롯한 실질적인 계약 협상, 계약 진행 업무, 책이 제작되는 과정에서의 디자인 등 조율, 출간된 이후에 인세보고 및 계약 종료와 연장 등 관리까지 저작권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당한다.

 

번역서 출판의 첫걸음, 저작권 확보

저작권 에이전트의 업무는 콘텐츠를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해외 신간 도서를 조사하여 출판사에 소개하거나, 출판사의 의뢰를 통해 신규 콘텐츠를 발굴한다. 다음으로 진행하는 것은 판권 확인이다. 수입이 결정된 해외 도서가 있다면, 아직 한국어판으로 제작되지 않았으나 계약 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해외 출판사나 에이전시를 통해서 한국어 판 판권의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계약이 가능한 저작물이라면, 권리자(해 외출판사 혹은 저자)와 수입처(국내 출판사)와 함께 발행부수, 출간예정 일, 판권료 등을 협상하고 계약한다. 저작권 에이전트는 책이 나오기 전까 지 계약 조건에 대해서 디자인이나 달라지는 요소들을 조율한다. 마침내 한국어판 저작물이 출간되면 제작된 저작물을 받아 권리자에게 보고한다. 또, 매년 한국어판 저작물이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수입처에 판매량을 확인하고 권리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저작권 에이전시에서는 도서 의 경우 보통 5년을 계약기간으로 두고 있다. 계약 연장과 종료와 관련해 서 수입처에 확인하고 협의를 진행한다. 베스트셀러의 경우는 20~30년 까지 계약이 연장되기도 한다.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는 ‘매의 눈’이 필요해

저작권 에이전트가 되기 위한 자격증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어 소통이 주 업무인 만큼 외국어 관련 전공자나 현지 경험이 있는 사람 들이 저작권 에이전시에 종사하는 편이다. 저작권 에이전트에게 어학 실력 과 해당 언어권의 문화 이해는 필수다. 그 외에도 업무를 할 때는 꼼꼼함이 나 친화력이 있으면 좋다. 나아가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는 능력, 기획력, 이 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영업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출판과 관련된 업무가 많은 만큼, 출판 전반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라면 책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업무에 능숙할 수 있고, 정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출판사가 무슨 책을 좋아할지 손쉽게 선 별할 수 있다. 또한, 저작권 에이전시 안에서는 기존 계약을 관리하는 업 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인세 보고 업무나 부가업무를 하는 데 효율성을 높 일 수 있다.

 

① 어학 능력 해외 저작권사와 소통할 수 있는 현지인 수준의 언어능 력은 기본이다. 언어능력도 필요하지만, 언어권에 대한 문화 이해도 반드시 함께 필요하다.

② 적극성과  친화력 저작권 업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이다. 적극성 이 좋고 친화력이 좋아야 갈등이 덜 발생하고, 문제가 발 생했을 때 해외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집중력과 꼼꼼함 저작권 에이전트의 주요 업무는 계약. 계약서 작성을 할 때, 계약서 조항 하나하나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계 약을 위해 보내는 메일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④ 안목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있어야 신뢰받을 수 있 고, 존재감있게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저작권 에이전트가 말하는 직업이야기

“콘텐츠 맛집 여행자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신원에이전시 배정아 전무

신원에이전시는 한국의 저작권 에이전시 중에 가장 오래된 곳으로,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이 맺어진 1986년 창립하여 올해로 3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 24년간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는 배정아 전무와 출판물 저작권 에이전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작권 에이전트는 매우 생소한 직업이기도 해요.

저작권 에이전트는 저작물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잘 배포될 수 있도록 판권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희가 국내에 소개했던 계약 작품 중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마시멜로 이야기>, <명탐정 코난> 등이 있어요. 저작권 에이전트는 해외 저작물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혹은 한국 저작물이 국내에 소개될 때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에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건지도 궁금해요.

대학 교수님 소개로 저작권 에이전트 직업을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여러 곳에 파는 일’이라고만 듣고 ‘외판 영업’인 줄 알았죠. 일본어를 전공했는데 전공을 살리면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면접을 보고, 처음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작권 업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배워가며 일을 하니 재미있었어요.

 

책을 소개하는 일이라면, 도서 트렌드를 잘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작물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장르 또한 폭이 넓어서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로만 일하기는 어려워요. 어린이 그림책에는 삽화가 알록달록한 책이 있는가 하면 매우 차분한 책도 있는데, 한국 출판사들도 보면 다 같은 그림책을 내지 않아요. 그러면 맞춤형으로 찾아줄 필요가 있어요. ‘이 그림책은 이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겠구나’ 하면서요. 나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선별하는 것이 수고를 덜면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를 위해 각 나라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방문하기도 하죠.

 

도서전에서 다른 나라의 출판사들과 만나 계약이 이뤄지기도 하나요?
1년에 한 번이라도 도서전에 가는 이유는 그 시기 전으로 막 나온 신간, 그리고 조만간 출간될 신간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출판사 편집자들도 많이 가기 때문에 외국 저작권사와 현장에서 협의하기도 편해요. 도서전에 참가하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요. 30분 간격으로 매우 촘촘하게 미팅 일정이 잡혀 있는 편인데, 한국의 어떤 저작물을 소개할지도 정하고, 해외 작품 리스트를 미리 한국 출판사에 배포하여 도서전에서 협의하기도 해요.

 

국내 저작물이 해외에 소개되는 경우도 많나요?
1992년에는 소설 <태백산맥>과 같은 일부 유명 작품을 수출했다면, 2000년 초반부터 중국·일본·동남아 등의 나라에서 영화나 드라마 관련한 저작물이 소설화되거나 만화화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은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만화는 줄고, 국내의 순수 문학작품들이 해외에서 상을 받으면서 여러 나라에 번역 출판되고 있죠. 일본에는 토익·토플책이 많이 수출되는데 영어 학습 방법이 비슷해서 계약이 꾸준히 연장되기도 합니다. 동남아에서는 뷰티, 중국·대만에는 어린이 책이 많이 나가죠.

 

해외 신간 저작물을 검색하여 최신 콘텐츠에 대한 트렌드를 익히는 것은 저작권 에이전트의 중요한 업무다.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권리자와 수입처 간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고된 편이에요. 저희는 에이전시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작권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저작권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작물의 판매는 일반적인 상품의 판매와는 다릅니다. 일반적인 상품이라면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저작물의 경우는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쪽의 권리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사용하려는 쪽의 반발이나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이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소개한 작품이 출판물이나 영상물로 제작되어 대중에게 선보일 때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고생해서 체결한 계약일수록 보람은 더 크죠. 서점에 책이 진열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 ‘내가 이 과정의 첫 물꼬를 텄구나’ 하는 마음에 매우 뿌듯하고, 동네방네 소개하고 싶어져요.

 

4차 산업 시대에서 저작권 에이전트의 비전이 있을까요?
현재 한국에서 저작권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야는 소설이나 비소설 등의 일반서, 아동서, 만화 등 출판물 쪽입니다. 출판물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드라마, 영화 등의 영상물 계약도 이루어지고 있죠. 아직은 주로 해외 콘텐츠를 한국에 수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콘텐츠를 외국에 수출하는 일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전 세계의 콘텐츠 종류는 무궁무진하니,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계약할 수 있어요.저작권 에이전트 업무는 결코 단순하지 않아요.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고, 깊게 고민해야 하는 만큼 AI 시대에 컴퓨터가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래 전망은 밝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에이전트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작권 에이전트는 ‘콘텐츠 맛집 여행자’예요. 맛집 주인은 아니지만, 맛집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맛집을 알리고 소개하는 사람이요. 내가 가진 ‘언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문화 콘텐츠의 최전선에 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재밌고 의미 있는 직업입니다.

 

글 강서희 ● 사진 최성열, 게티이미지뱅크 ● 진행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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