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바르게 기상 정보를 알리는 기상 전문 기자
지난해는 ‘살인 더위’라 불릴 정도로 기록적 폭염과 지루한 장마가 이어졌고, 강도도 센 데다 자주 발생하기까지 한 허리케인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재해가 빈번해지면 그만큼 방송국 내에서도 유독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기상 정보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상 전문 기자다. 지난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전문성 있는 보도로 과학계와 대중을 이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 ‘2021년 대한민국 과학기자상’을 수상한 신방실 KBS 기상 전문 기자를 만나봤다.
“기후위기가 바꿀 우리의 삶,
국민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한발 먼저 현장을 뛰어야”
아직도 기상 전문 기자와 기상캐스터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직업적 차이가 궁금하다.
기상 전문 기자는 대기과학과 기상학 등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기상청 관계자나 학계 전문가 같은 취재원을 취재하고 뉴스를 꾸린다. 의학 전문 기자, 법조 전문 기자처럼 전문 영역을 취재하는 기자인데, 아무래도 뉴스에 출연해 기상 관련 뉴스를 많이 전하다 보니 기상캐스터와 혼동하는 듯하다. 반면 기상캐스터는 스튜디오에서 기상청의 예보를 바탕으로 날씨를 전달하는 직업이기에 방송 능력이 더 필요하다.
취재 기획부터 섭외, 그래픽 준비까지 모두 기자의 손이 닿아야 하겠다.
기획 기사의 경우 취재 아이템 선정이 업무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면서 초반에는 이산화탄소의 이동량도 줄고 탄소 농도도 낮아졌지만 지금은 어떤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서는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 취재를 시작했다. 학계 전문가를 섭외하고 인터뷰를 하고, 실제 관측 장비가 설치된 장소에서 촬영을 한 뒤에는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 원고를 작성한다. 방송 화면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그래프도 그리고, 그래픽 화면을 구상해서 그래픽팀에 의뢰해야 한다.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데 전 과정을 기자 한명이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고된 작업이지만, 뉴스가 무사히 보도되면 보람도 크다.
기자님이 보도한 기사 중, 기후위기 시대임에도 교육 현장에 기후 교육이 터무니없이 부족함을 꼬집었던 뉴스가 기억에 남는다.
한 달 넘게 준비한 기사다. 학교 교육의 기본이 되는 교과서에서는 과연 기후 관련 내용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해져 현직 초, 중, 고등학교 교사들로 교과서 자문단을 구성하고 채택률이 높은 교과서를 선정한 뒤 시대별로 정리해 사회와 과학, 도덕 등의 과목 속 기후와 연관된 단원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여전히 수십 년 전 사례를 들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싣거나, 수치가 잘못 기재돼 있고, 기후 변화의 ‘혜택’을 토의해보자고 제안하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 있었다.
날씨나 기후 관련 외에도 우주적 재난이나 코로나19 발생 현황 등도 다루던데.
KBS 재난미디어센터 소속이다 보니 태풍이나 호우 등 기상 재난 이외에도 미세먼지,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 관련 뉴스를 리포트하고 있다. 또, 대기권 밖에서 일어나는 우주의 일도 하늘로 보기 때문에 기상 전문 기자가 다룬다. 2018년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이 추락할 때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추락 시기와 지점 등을 취재했고,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나사(NASA)’를 방문하기도 했다.
“기상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인류애와 사명감 필요해”
베테랑 전문 기자로서의 업무 비법도 궁금하다.
방송은 나 혼자의 힘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가 아무리 취재를 잘해도 촬영 기자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결정적 단서를 녹취하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그래픽팀에서 내 의도보다 멋지게 구성을 고민하고, 편집을 해주면 방송의 맛이 살아난다. 취재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함께 일하는 모두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업하는 역량이 필요한 직업이다.
현재 KBS와 MBC, SBS, JTBC, YTN, 연합뉴스 등 방송사에서 기상 전문 기자를 채용하고 있는데, 정확한 진출 경로가 있을까?
서류와 필기, 카메라와 오디오 테스트 같은 실무 능력 평가, 최종 면접 등의 평가 과정을 거친다. 전문 기자이다 보니 자격 요건으로 대기과학, 지구과학, 환경공학 등의 전공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기상예보사나 기상기사, 대기환경기사 등 기상 관련 면허 및 자격증이 있거나 기상청이나 민간 기상회사에서 예보 업무를 한 경력자, 또는 기상 관련 취재 업무를 해온 경력자는 채용할 때 우대를 받는다.
내 경우는 수학과 대기과학을 전공했고, <과학동아>라는 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며 3년 동안 여러 과학계 인물을 만나온 덕에 다양한 취재원을 알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강원도 강릉 출신이라 어린 시절에는 KBS의 재난 상황 보도에 의지했었던 에피소드까지 풀어 KBS 기상 전문 기자가 되고자 하는 진심을 어필했다.(웃음)
KBS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가 되고, 재난미디어센터에서 밤낮없이 보도에 매진하다 보면 지치기도 할 것 같은데.
방송 출연도 잦고, 그러다 보니 알아보는 분들도 있다. 화려한 ‘방송인’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화면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업무 중 빙산의 일각, 호수 위 백조의 우아한 모습일 뿐이다.
기상 전문 기자는 휴일이 없다. 재해가 일어나면 12시간씩 특보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날씨로 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24시간 동안 보도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줄이겠다는 사명감, 그리고 인류애가 있기에 버텨낸다.
따뜻한 사명감이 있는 만큼 지금의 기후위기 사태를 보는 마음이 무겁겠다.
2008년에 기상 전문 기자로 입사한 초기에는 선배들이 ‘재난이 없어서 일을 가르칠 수가 없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2010년 이후부터는 밤샘 보도를 할 정도로 폭염에 한파, 태풍까지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 무척 많아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 기상재해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탄소 배출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20년 이내에 기온이 1.5°C 상승하는 것은 예정된 일이다. 이제는 기후위기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를 아끼고, 일회용품을 덜 쓰는 것이다. 아니면 그레타 툰베리처럼 환경운동을 해볼 수도 있고.
요즘 자발적으로 ‘플로깅(Flogging,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기 위하여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가리키는 용어)’을 하는 등 환경 의식이 강한 청소년도 많다. 미래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남겨달라.
미래에 투표권을 가진 청소년들이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어른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SNS나 1인 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참 멋지다. 만약 기상 전문 기자를 꿈꾼다면 자연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기상청 인턴기자 활동을 꼭 해봤으면 한다. 기상청 보도자료로 블로그에 기사도 올리고, 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세계기상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에서의 대외활동도 관심 있게 알아보길 바란다.
추가적으로, 기상재해에 취약한 저소득층이나 쪽방촌,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실제로 재난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이들의 삶을 가까이하면 자극도 받고, 직업적 사명도 미리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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