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1㎜라도 가까워지게 만들다 ]
독서 플랫폼 도서 콘텐츠 기획자
책 한 권 값으로 10만 권의 책과 무제한 친해질 수 있는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는 독서에 푹 빠지도록 끌어들이는 달콤한 콘텐츠들이 있다. ‘밀리의 서재’에 꿀을 바르는 이들, 도서 콘텐츠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할까?
표지를 넘기는 것도, 목차를 훑는 것도 독서다
Q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소개해주세요.
A 박혜주(이하 박)_10만 권의 책을 언제, 어디서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요. 일반적인 전자책 말고도 성우가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나 대화 형식으로 채팅을 하듯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챗북, 조남주, 아멜리 노통브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오리지널 신작을 종이책으로 배송해주는 ‘밀리 오리지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해 여러 방법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죠.
또 내가 고른 책을 먼저 읽어둔 다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 시간’도 제공해요.
유서진(이하 유)_‘밀리의 서재’ 광고에서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죠? 그 말처럼 우리는 독서 장벽을 낮추고 책과 1㎜라도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고 있어요. 요즘 여러 독서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어요. 독서 플랫폼이 수만 권의 책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는 비법이 뭘까요? 박_출판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출판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출판사가 정성 들여 만든 책을 꼭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많은 독자가 즐기면 좋겠죠. ‘밀리의 서재’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약 1200곳의 출판사와 계약을 했어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거고요.
유_그만큼 독자층의 폭도 넓어지겠죠. 책을 자주 읽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서점을 이미 잘 찾아가지만, 평소 책에 큰 관심이 없으면 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죠. 그런데 온라인 독서 플랫폼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으로 책을 한 줄이라도 읽을 수 있으니 구독률을 높일 수 있죠.
Q 도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로서 많은 책을 들여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서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A 유_우리가 가진 여러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외부에 공유하는 개념인데요, 단순히 책을 당장 읽으라는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아, 독서를 하면 이런 재미가 있었지’라는 걸 가볍게 알려주는 거죠.
박_책 읽는 게 무섭고, 두려운 사람들도 많아요. 한 권을 고르면 전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표지를 보는 것도, 목차를 읽는 것도 모두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가기 전 물꼬를 터주는 거니까요.
숫자뿐인 데이터에서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힘이 필요해
Q 말하자면 도서 콘텐츠란 본격적인 독서에 푹 빠지도록 미끼를 던지는 거군요.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A 박_먼저 회원들이 바라는 것,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어떤 서비스를 기획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죠.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방향을 설정하고 타깃층을 잡은 뒤 샘플 콘텐츠를 만들어봅니다.
유_그리고 샘플 콘텐츠를 앱의 어느 곳에 배치할지 등을 계획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함께 실제로 앱에 구현하고 배포하는 거죠.
박_예를 들어 ‘밀리봐봐와 100인의 인생책’이라는 콘텐츠는 스타일리스트, 대안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이용자를 섭외해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자신만의 독서법을 소개하는 건데요. 회원들 간 쌍방향 소통 콘텐츠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기획에서 시작했어요. ‘밀리의 서재’에서는 회원 간 팔로우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인터뷰이에게 다른 회원들이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도록 만들었죠.
유_한 예능 PD는 한 달 이내 발간된 신간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짧은 시간 내에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해요. 이처럼 직업군마다 독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고, 독서법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서로 자극을 받고, 평소에 관심 없었던 분야의 책이더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되죠.
Q 아무래도 사람들이 어떤 것을 바라는지, 그 니즈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아요.
A 박_그래서 회원들의 데이터를 읽는 데 가장 중점을 둡니다. 이용자들이 어떤 것에 반응하고, 또 어떤 것에서 이탈하는지 그 흐름을 보는 거죠. ‘진짜 선호도’는 데이터에서 드러나거든요. 여기에서 통찰력을 얻어 콘텐츠에 반영하고요.
유_기획을 할 때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웃음) 그래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를 공략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력이 필요하답니다.
Q 두 분 모두 데이터를 읽는 힘에 대해 강조하시네요.
A 박_데이터라는 게 숫자의 나열이다 보니, 가설을 먼저 세우고 이에 맞는 데이터를 검증해가면 ‘이 콘텐츠는 반응이 좋겠다’는 결과를 낼 때가 많아요. 직원들의 전공도 가지각색인데요. 학력보다는 경력과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죠. 전 출판사와 잡지사, 전시기획사 등에서도 콘텐츠 기획을 쭉 해왔어요. 또 인터넷에서 ‘짤’ 보는 것도 엄청 좋아하는데,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지름길이거든요.(웃음)
유_저도 그래요. 시의적절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행동이죠. 꼭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 산업이 출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광고 등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도서 콘텐츠 기획에 영향을 미친답니다.
맥락맹이 되지 않으려면 독서로 문해력을 길러야
Q 요즘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 속도도 만만치 않아요. 앞으로 독서 플랫폼은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예측하나요?
A 박_‘밀리의 서재’에서는 성우 여러 명을 캐스팅해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는 ‘완독본 오디오북’을 공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앞으로는 눈뿐만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해줄 독서 서비스가 각광받게 될 거예요. 또, 넷플릭스처럼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추천하는 ‘개인화’도 중요해질 거고요.
유_‘이달의 BEST 10’이라며 관심 없는 책을 일방적으로 추천해주는 게 아니라, ‘이거 좋아하죠?’ 하면서 사적인 취향을 저격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회원들이 읽는 도서 데이터를 꾸준히 파악하는 거고요.
Q 독서 장벽을 낮추는 비법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A 유_책 한 권이라도 혼자 분석하고 깊이 파보면서 읽는 방법도 추천해요. 청소년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문해력을 기르는 데 더 집중할 거예요. 문해력이 있으면 맥락을 잘 이해하고, 사회의 흐름, 그 이면을 읽는 힘이 함께 길러지거든요. 전 대학생 때 나만의 매거진을 출판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기획부터 발행, 출시까지 하며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해보는 게 지금 업무에 큰 도움이 됐죠. 이게 너무 거창하다 싶으면 참고가 될 만한 기사나 글 등을 스크랩하고 캡처해두면서 ‘이게 왜 좋았는지’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박_저도 텍스트 친화적인 사람으로서 아주 동의해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것이라면 뭐든 읽어보세요. 읽는 그 자체가 독서 습관을 기르는 첫걸음입니다. 완독만이 독서가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밀리의서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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