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MODU 직업인 이야기] 침으로 얼굴 마비를 풀 수 있다고? 민예은 한의사

MODU 모두매거진 2021. 11.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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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한의학으로 치료합니다.
민예은 한의사
 
 

 

‘구안와사’는 얼굴에 마비가 생겨 일그러지는 질환으로, 숨기기 어려운 질병이라 환자들의 사회성을 낮추고 일상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민예은 한의사는 이러한 난치성 안면 질환을 현대한의학으로 치료하고 있다. 환자에게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아주고 현대한의학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연구를 거듭하는 ‘이비안한의원’의 민예은 원장에게 한의사의 사명과 한의학의 미래를 물었다.

 

 

 

 

원장님은 ‘대한민국 한의학 명의 100인’으로 선정되셨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한의학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시라고요?
한의사라는 직업이 장점이 참 많아요. 고수익에 ‘워라밸’도 좋고, 특히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일수록 환자들의 신뢰를 얻어 직업의 안정성도 높은 편이죠. 사실 아버지가 한의사였던 덕에 한의사의 업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활동적인 제 성격에 맞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심한 두통을 앓다 아버지가 놔준 침으로 치료 효과를 봤어요. 대학 신입생이 됐을 땐 계단도 오르지 못할 만큼 심한 하지무력증이 찾아왔지만, 아버지가 아주 간단한 처방으로 낫게 해주셨죠. 본능적으로 ‘나 이제 살았구나’ 싶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런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수능을 보고 한의대를 진학했답니다. 그 후 10년 동안 대학원 공부와 명의를 찾아가 전수를 받는 등 임상 공부에 매진했죠.

 

 

구안와사처럼 얼굴에 일어나는 난치성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여러 침법을 배울 때 ‘매선침(바늘에 약실을 넣어 치료를 원하는 부위에 넣는 것. 약실은 몸에 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녹는다)’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어요. 처음에는 미용 목적으로 매선침 시술을 해왔죠.
어느 날 구안와사로 얼굴에 후유증이 남은 환자분이 찾아오셨어요. 시술이 성공하니,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그때 한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고, 구안와사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게 만드는 의술을 펼쳐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죠.

 

 

난치성 질환들은 일반 진료와는 진료 기간부터 과정까지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구안와사뿐만 아니라 비염, 이명, 난청 등은 보통 ‘내 몸’이 무너져서 생긴 병이에요. 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를 받아 몸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비염이나 이명, 난청 등으로 병이 드러나는 거죠. 난치성 질환은 치료 자체도 아프고 어렵지만, 환자를 이끌어가는 것도 쉽지 않아요. 완치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도 걸리거든요. 저는 의료인도 환자와 같은 레이서(Racer, 경주자)라고 생각해요. 치료를 포기하고 싶어 하는 환자는 독려하고 가끔은 따끔한 충고도 하면서 완치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아직도 한의학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요, 현대한의학적인 진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결과입니다! 좋은 결과를 보이려면 소통이 먼저 잘돼야 해요. 우리는 환자와의 소통 속에서 정보를 얻어요. 환자에게 정확한 증상과 정보를 얻어야 제대로 된 치료 계획도 세울 수 있고요.
경과 상담을 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인 수치와 지표로 치료 효과를 보여주려고 해요. 현대인에게는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료해야 하니까요. 그 덕에 증례보고 논문(특정 질환에 대한 새로운 검사법, 치료법의 성공적 사례, 희귀 질환에 대한 학회 보고 등을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도 발표하고 있고요.
병원에 오는 환자는 그 한 사람이 이미 ‘하나의 세상’이에요. 환자를 치료하고, 그의 일상이 회복되면 주위 가족과 주변인들의 세상도 이로워지죠. 현대한의학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도록 우리 한의사들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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