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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 직업인이야기] 비건 제품 인증? 그런게 있었어? - 한국비건인증원 황영희 대표

MODU 모두매거진 2021. 7. 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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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제품 인증,
생명존중의 첫걸음이 되길”
- 한국비건인증원 황영희 대표
출처: 손홍주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주변을 깨끗이 하는 세정제를 들여다보다 생소한 초록색 로고를 발견한다면, 이것은 바로 ‘비건 인증 마크’다.
한국비건인증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비건 제품 인증기관이다. 비건 인증 심사관은 제품의 제조·가공·조리 단계에 동물 유래 원재료가 포함되지 않은 비건 제품을 인증하는 업무를 한다. 비건 제품 인증을 통한 생명존중과 친환경 경영을 지향하는 한국비건인증원 황영희 대표를 만나 비건 인증 심사관이 하는 일을 자세히 들어봤다.

 

 

한국비건인증원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과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당시 국내·수입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해서 식품 성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원래 채식에 관심이 있었는데, 채식주의자들이 대부분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성분을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채식주의자 커뮤니티에서도 “이 성분이 채식 성분이 맞나, 채식하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냐”라는 글이 자주 올라오더라. 

제품에 비건 인증마크를 달면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제품의 마크를 확인한 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테니까.

 

 

 

현재 비건 인증 마크를 표시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는 얼마나 되나?

카테고리로 말하자면 비건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생활용품, 원료 등 포괄적으로 해당한다.

원료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소비하지는 않지만, 완제품의 베이스가 되는 재료들이다. 만약 원료 자체가 비건 인증이 된다면, 비건 화장품을 만들고 싶은 회사에서 그 원료를 사서 쓰면 인증받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따라서 원료 인증을 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1156개의 제품이 인증되어 있고, 앞으로 약 400개 제품이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 제품이 비건 인증마크를 달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려달라.

먼저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비건 인증을 의뢰한다.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료를 전부 다 신청서에 기재한다. 그러면 동물 유래 원료로 만들지는 않았는지 성분별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 인증원에서는 원료사에 비건과 관련한 내용의 확인서를 요청하거나, 제조공정도 등의 서류를 참고하여 비건 인증 심사와 평가를 진행한다. 

식품의 경우에는 동물성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데, 해당 식품에 동물성 DNA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 동물 유래 원료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본다. 검사 결과가 신뢰할 만하고 적합하다면 비건인증서가 발급된다.

 

 

 

식물성 원료만이 포함된 제품이 완전 비건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
심사를 하다보면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겠다.

그렇다. 식품첨가물이나 하부 원료에서 알 수 없는 동물 유래 원료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소고기향’이라고 적힌 성분이 인공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비프 익스트랙트(소고기 추출물)라든지. 또는 ‘치즈향’이 만약 천연 치즈에서 뽑아낸 향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건 인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인증 부적합 처리를 하지는 않는다. 의뢰사에서는 동물 유래 원료가 발견되면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있으며, 인증팀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지속한다.

출처: 한국비건인증원

 

국내 유일 비건 인증기관을 이끌어온 대표로서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우리가 인증한 비건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 

최근 대형마트에도 채식 관련 코너가 생겼다더라. 기업들이 채식 문화의 확산에 대해 인식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한다. 나아가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국가에서도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시와 함께 채식 음식점 인증 사업을 펼쳐서 비건 음식 메뉴를 널리 홍보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비건 인증 심사관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면 청소년기에 어떤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까?

비건 제품 인증을 직접 진행하고 싶은 친구라면 화학이나 생명과학, 유기화학에 관심을 두면 도움이 된다. 원료의 이름은 보통 화학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보다는 주변의 식품이나 화장품 성분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 성분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성분표를 분석하며 ‘나는 산성 화장품이 잘 안 맞아’와 같은 식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도 좋다. 

비건 인증을 심사하는 업무 말고도 서울시, 식약처, 농림부 등 정부기관과 협업하며 정책을 구상하거나 행사를 기획할 수도 있으니 한국비건인증원에 들어오고 싶은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이은주 
사진 손홍주, 한국비건인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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