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MODU 직업인이야기] 크루엘라가 비건패션디자이너라면?

MODU 모두매거진 2021. 7. 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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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Skin Is Not Fabric
비건 패션디자이너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에는 달마시안 가죽을 벗겨 만든 듯한 코트를 입은 주인공 ‘크루엘라’가 등장한다. 동료들은 ‘개의 가죽을 벗겨 코트를 만들다니, 진짜야?’ 하고 경악한다.
그런데 한 발자국 떨어진 시선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개의 가죽으로 만든 옷은 이상하게 여기면서 소와 양, 악어가죽으로 만든 옷은 아무렇지 않게 입는 사람들도 이상하다. 이러한 가치관을 패션으로 표현하는 직업인이 있다. 바로 비건 패션디자이너다.

 

아름다움에 피는 필요 없다

비건 패션디자이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동물의 가죽이나 털이 필요 없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일깨우며 그들의 가치관을 옷으로 풀어낸다.

 

울 대신에 고밀도 코듀로이나 면을 사용하여 양의 살점을 도려낼 만큼 양털을 깎아낼 필요가 없음을, 천연 모피 대신에 인조 퍼를 사용하여 밍크나 토끼, 친칠라를 대량 학살하지 않고도 따뜻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특히 실크 대신에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는데, 전부 리사이클 소재로 환경적으로도 이롭다. 비건 섬유와 소재로 만든 옷은 동물권을 지킬 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훨씬 뛰어나다.

 

오리털 등의 보온을 위한 충전재를 대체하는 신소재인 ‘신슐레이트’나 ‘웰론 등으로 만든 패딩은 오리 털의 다섯 배 이상의 보온효과를 가지며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합성소재이기 때문에 환경에 이롭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으나, ‘리사이클 신슐레이트의 경우 배달용기로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이점이 크다.

 

겨울이면 길거리를 점령하는 패션 아이템이 된양털 재킷의 원료인플리스(Fleece, 양털같이 부드러운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직물)’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양털보다 따뜻하고 훨씬 가벼우며 오염이나 이염에도 자유로워 실용성이 높다.

 

(좌)리사이클, (우)플리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입은 옷에 달린 태그의 성분표를 볼 것

동물이나 환경문제에 감수성이 높은 서유럽에서는 이미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두고 이를 홍보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쇼를 개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하는 ‘WSM-White’ 패션전시회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은 한국 브랜드는 비건 타이거 코리아’로, 한국 비건 패션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비건 타이거 코리아는 밀라노에서 ‘모피농장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으로 F/W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다. 흔히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나 별이 된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모피농장에서 고통스럽게 죽은 동물들은 어디로 가는지, 편하게 별이 될 수 있는지, 같은 생각을 디자인에 담아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건 패션디자이너는 비건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면 자신의 옷에 달린 태그의 성분표를 보고 검색하기를 추천했다. 

 

그것이 어떤 동물로부터 나온 것인지, 그리고 과연 농장 속 동물은 어디로 갔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비건 패션 디자인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비건 패션이 만들어진 계기를 꾸준히 알리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 Vegan Tiger Korea 양윤아 대표

 

사진: 송홍주

비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 지 6년 차에 접어드는비건 타이거 코리아의 양윤아 대표는채식하는 호랑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따 브랜드를 창립해, 비건 패션을 알리기 시작했다. ‘동물 보호혹은명상의 개념으로 비건 패션을 접하던 사람들에게 그의 디자인은패셔너블하고 매력적인데 알고 보니 비건’인 옷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작년대한민국 패션대상에서 ‘K 패션오디션 Top10 디자이너 브랜드 시상식대통령상과 인기상을 수상하며 국내 패션업계의 톡톡한 주목을 받은비건 타이거 코리아양윤아 대표를 만났다.

 

비건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패션을 좋아했습니다. 용돈을 받으면 무조건 옷을 샀고, 인형을 위한 옷을 사느라 먼곳까지 쇼핑을 갈 정도였어요. 패션학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맞지 않아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고, 패션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패션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비건에 관심이 생긴 건 그 이후였어요. 동물 관련 NGO 단체에서 일하면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됐고, 구제역 파동을 겪으며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죠. 사람은 부당한 일이 있으면 촛불이라도 들고 항의하는데,

동물은 사람에 의해 케이지 안에서 키워지다 사람에 의해 목소리 한 번 크게 내보지 못하고 파묻혀 죽잖아요. 의식이 생기자 동물성이 포함되지 않은 옷을 사려고 하니, 예쁘고 맘에 드는 옷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비건 패션 브랜드를 출범하게 됐어요.

밀라노에서 열린 ‘WSM-White 지속가능 패션 전시회’에 초대된 비건 타이거 코리아의 부스 모습. (출처: 비건타이거)

2015년에 창립을 했어요. 한국에서 비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때 창업한 만큼, 고생스러운 일도 많으셨을 텐데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제가 비건 타이거를 시작했을 때는 비건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때였습니다. 비건 패션이 무엇인지 효과적으

로 알리기 위해 ‘Vegan Fur’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비건모피 코트를 사면 천연 모피 코트를 사

는 것 대비 50~60마리의 밍크를 살릴수 있는 거잖아요. ‘Animal Skin Is Not Fabric(동물의 피부는 옷감이 아니다)’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첫 팝업 스토어를 우리나라에서 모피 판매율이 제일 높은 매장으로 유명한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했어요. 중년 이상의 기성세대 고객이진짜냐라고 말하거나옷이 이렇게 잘 나오면 진짜 모피 입을 필요 없을 것 같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가수 송가인이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한 비건 타이거 코리아의 코트. (출처: 비건타이거)

비건 가치를 디자인 속에 녹여내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패션 안에서만 패션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아요. 환경이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계속 패션을 생각하는 거죠. 과거와 현재의 화가나 예술가가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을 표현했는지를 관찰합니다. 사실 우리 브랜드의 주 구매 고객층 90% 이상은 비건 패션을 주로 소비하는 고객이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려고 해요. ‘이렇게나 좋은 사상을 가졌으니 반드시 사야 합니다라고 판매하는 접근 방식은 버리려고 해요.

 

비건 트렌드에 관해 참고할 만한 영화나 책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를 재미있게 봤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어업으로 이어지는 환경문제를 다루는데, 이야기 구조가 탄탄합니다. 또 다른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인 식물성 식단을 장려하는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도 추천해요.

 

앞으로 비건 타이거가 달려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다양한 비건 브랜드가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식문화나 생활용품, 미용제품 등을 함께 볼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을매일 열리는 비건 페스티벌처럼 제공하는 거죠. , 제 비건 패션 브랜드의 가치를 잘 유지하고 싶습니다. 할머니 디자이너가 돼도 멋있을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비건 브랜드이기 이전에 패션 브랜드의 CEO로서,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전통적 성별을 강조하는, 너무 남성적으로 보이거나 여성적으로 보이는 패션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추세예요. 킬힐이나 꽉 끼는 옷 등 몸이 편하지 않은 패션도 도태되는 중이고요.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 모두 다르기에, 내가 만든 옷을 좋아해주는 고객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예요. 따라서 디자인적 소양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관에 맞게 나만의 것

을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트렌드가 비건이니 비건에 맞춰 옷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보다는 패션에 대한 관심은 끊지 않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도 튀어나온다는 말이 있거든요. 길을 돌아가는 기분이 들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을 제대로 확립한다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어요.

 

 


● 글 김나래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Vegan Tiger Korea

진행 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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