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곁에서
사회를 돕는
로봇을 만듭니다
[로봇공학자 이원형]
‘로봇’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빛나는 금속 소재에 사람을 닮은 모습으로 스스로 척척척 움직이는 로봇, 공장에 고정되어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는 로봇까지. 이제 주위를 둘러보면 지능적으로 생각하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일상 속 여러 상황에 대응해 사람을 돕는 로봇이 많이 생겼다. 로봇을 개발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로봇공학자 이원형 교수를 만나 로봇공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봤다.
※이 인터뷰는 경기도 어린이 신문 <내가 그린 꿈> 2021년 가을호 제휴 콘텐츠입니다.
Q 로봇공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요.
A 로봇공학자는 로봇의 형태를 디자인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모터와 관절을 표현하는 부품, 움직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만들어내는 직업이에요. 특히 인공지능 로봇은 사물을 보며 주변 환경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마이크와 스피커를 달아 사람의 음성을 알아듣고 대답도 하고요. 로봇공학자는 로봇이 이러한 데이터를 영상과 음성으로 인식하고, 인공지능으로 학습하도록 한답니다.
로봇을 만들 때는 ‘C언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많이 씁니다. 인공지능은 ‘파이썬’으로 개발하고요. ‘ROS’라는 로봇 운영 체제 프로그램도 많이 활용해요. 요즘은 로봇의 소재로 푹신하고 부드러운 소재도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잘 접히고 말랑말랑한 소재를 쓰면 사람들이 더 친숙하게 느끼고 좋아하거든요. 이처럼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가 로봇공학입니다.
Q 교수님은 면접을 돕는 로봇이나 코로나19 병동에서 환자의 정서적 치료를 돕는 로봇처럼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로봇을 만드시잖아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사람은 대화를 할 때 말만 하지 않아요. 자세, 표정, 눈동자의 깜박임 모두 감정을 표현하는 거거든요. 이런 표현과 함께 큰 맥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로봇에 호감을 느끼고 친근감을 느끼는 디자인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Q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과 같이 감정을 가진 로봇도 생길 수 있을까요?
A 로봇은 인간과 달라요. 그 무엇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고요. 하지만 사람과 소통하려면 ‘감정’을 모방할 수는 있겠죠. 안내 로봇이나 교육용 로봇에 웃거나 슬퍼하는 등의 기능을 넣는 것처럼요.
Q 사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SF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위험한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되기도 하거든요.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로 성차별, 인공차별과 같은 데이터를 익히는 것도 무섭고요.
A 지금은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보고, 오염된 데이터를 삭제하고 거르고 있어요. 그리고 윤리적 가치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회적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서 통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로봇에게 윤리라는 개념을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알아서 나쁜 데이터를 거르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로봇은 인간의 대체안이 아닌 인간의 역할을 보완하는 존재입니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은 로봇이 하고, 대신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로봇의 관리자가 되는 식으로요.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로봇을 훨씬 많이 이용하는 시대가 될 테니, 기술을 막연하게 무서워하기보다는 기술의 발달에 항상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기술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Q 그렇다면 로봇공학자는 로봇을 어떻게 선한 마음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개발의 첫걸음이겠네요.
A 맞습니다. 로봇은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니 막연하게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보다 로봇을 어느 분야에 적용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먼저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문제를 정의’하는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과 방법을 활용할지 고민하면서 여러 번 반복해 시도하고, 실패도 해보고요. 그리고 만들어진 로봇은 필요한 장소에서 실제로 작동을 해보고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거죠. 예를 들어 부모님이 농부여서 농업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논두렁에 빠지지 않는 바퀴를 달고,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에 견딜 수 있는 소재여야 하니 기계 소재를 배워야겠죠? 또 상담용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상담학과 의학 지식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할 거고요. 이처럼 로봇을 적용하고자 하는 분야를 미리 생각하고 나름대로 기획해본다면 무엇을 공부하면 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Q 로봇공학자가 되려면 머리가 엄청 좋아야 할 것 같아요. 교수님처럼요!(웃음)
A 공학 분야가 대부분 그렇기는 한데, 이 직업은 수학을 좋아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잘 맞을 거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조립하거나 만드는 걸 좋아해서 발명가를 꿈꾸던 어린이였어요. 내가 만드는 것이 사람의 일상 속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요.
로봇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공부를 마칠 때 즈음이었답니다. 대학교에 로봇 관련 학과가 많습니다. 기계공학과, 인공지능학과, 컴퓨터공학과, 전자전기공학 등을 전공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공학 기술 이외에도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사람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도 어울리는 직업이랍니다.
Q 로봇을 만들어볼 수 있는 키트를 만져보고, 코딩 공부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A 그럼요. 키트는 로봇공학자의 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동작에 필요한 회전 모터, 움직임과 연결 기구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거든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코딩 공부로 로봇에 흥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고요. 하지만, 이 자체를 미리 공부해본다는 것보다는, 이를 이용해서 더 발전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자세를 항상 가지는 것이 더 좋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로봇을 접할 수 있는 곳에 가보세요. 전시관이나 박물관, 공항에 가보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안내하는 로봇들이 있을 텐데요. 이 로봇을 보면서 어떤 것을 잘하는지, 또 어떤 부분은 기대보다 못한지 생각하고 분석해보는 거죠. 그리고 내가 만약 저 로봇을 개발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상상하면서 업그레이드시켜보고요. SF 영화와 소설을 읽으면서 실제로 개발된 로봇과 상상 속 로봇, 그리고 내가 만들 로봇을 비교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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