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대중을 잇는 전시기획자
예술 작품을 두 눈으로 감상할 때의 감동은 화면이나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작품의 크기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붓이 지나간 자국, 사진 속 픽셀 하나에도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시기획자는 대중이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고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계획하는 일을 한다.
예술과 대중을 잇는 전시장의 숨은 지휘자, 전시기획자라는 직업을 알아봤다.
전시를 선보이기 위한 모든 과정을 계획해야
전시기획자는 전시회에 전시할 작품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보여줄지 계획하는 사람이다.
먼저 전시회의 주제가 될 콘텐츠를 찾는데,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전시나 아트페어를 주의 깊게 둘러보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작가를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가의 작품이나 전시를 한국에서도 개최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중략)
전시작을 설명하는 글을 쓰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전시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도 하다.
전시장 연출은 작가나 미술관이 원하는 대로 하기도 하지만,
전시장에서 양질의 정보를 얻고 싶은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작품이나 작가의 인생사를 자세히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공간 연출 역시 특징이다.
미술은 넓게 보고 미래는 멀리 봐야
전시기획자는 예술가의 관점보다도 예술 경영인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직자의 조언이다.
전시 기획에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중에게 사랑받을 콘텐츠를 찾으려면 지금 당장이 아닌,
2년 후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전시기획은 대중이 좋아할 것을 찾는 일, 절대 책상에서 할 수 없어
- 강욱 전시기획사 ‘CCOC’ 대표 -
Q. 10여 년간 수십 개의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전시도 있을 텐데요. 몇 개를 꼽아주신다면요?
2015년 개최한 <안토니 가우디전>이 기억에 남아요.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전시는 기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 피와 땀이 들어간 소중한 전시예요. 실제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공부하기 위해 스페인을 몇 번이나 방문했었죠. 기회가 된다면 가우디 전시는 한 번 더 하고 싶을 정도예요.
2019년 개최한 <에릭 요한슨 사진전>도 큰 성공을 거뒀던 전시라 자부심을 갖고 있죠.
에릭 요한슨 역시 앞서 말한 포토그라피스카에서 발견한 작가인데요, 지금은 에릭과 신뢰가 깊이 쌓여 중국에서 개최할 전시도 같이 준비하고 있답니다.
Q. 전시기획자와 작가가 모두 ‘윈-윈’하는 사이가 된 거네요. 한 번 맺은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니 늘 인맥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어요.
그럼요! 올해 말 예정된 <미키마우스 클럽하우스>나 내년에 개최할 <하비에르 까예하>도 2014년에 막을 연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전>을 통해 알게 된 수석 큐레이터와의 인연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전시예요.
일본 도쿄의 ‘난주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을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연락하던 중, 난주카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미키마우스’ 콘셉트 전시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2023년이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창설 100주년이니 디즈니 코리아와 함께 미키마우스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면 좋을 것 같았고요. 타이밍이 잘 맞아 디즈니 코리아와 CCOC가 미키마우스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게 된 거죠.
12월,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Q. 전시기획자는 트렌드를 빨리 읽는 능력이 정말 필요하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런 안목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제 경우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책이 발간되면 그 즉시 읽고 있어요.
(중략)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생길지도 모르고, 당장은 화사한 사진이 유행이지만 언제 클래식한 사진이 인기를 끌지 모르는 일이죠. 전시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한 회사에서 3년은 경험해봐야 어느 정도 일을 익힐 수 있어요. 작가를 찾아 접촉하고, 대관을 하고 준비와 마케팅도 해보면서 전시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보며 자신의 기획에 대한 가치관을 정리해보길 바라요.
글 전정아 ●사진 바림, CCO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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