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상담실 | 우리의 관심과 도움으로 학교폭력 STOP!_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지난 4월 12일, 제19차 학교폭력 대책위원회가 열리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이로써 학교폭력 가해자는 자퇴를 해도 모든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으며,
가해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4년간 남게 되는 등 가해자의 처벌 수위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인
‘푸른나무재단’의 김석민 학교폭력SOS센터 팀장과 함께 가장 현실적인 학교폭력 대응 방법을 알아봤다.
Q.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인 1588-9128(구원의팔)로 연락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상담을 신청한 친구들에게는 어떤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이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A. 여기에 연락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상담사는 먼저 그 용기를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문제에 대해 차분히 듣습니다.피해학생 중에는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은 경우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담 목적을 들어보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지금 해야 할 행동과 대처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가까운 어른이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지 피해학생에게 꼭 확인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모르고 있다면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 기댈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출동해서 보호해줄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해요.
이렇게 상담전화를 한 자체만으로도 내담자들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안정되고 보호받고, 익명이 보장돼 다른 곳에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성공 경험을 갖게 되면 이후에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까운 어른들에게 용기 내어 이야기할 마음이 생기거든요.
Q. 만약 내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피해를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올바른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라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말하길 바랍니다.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하면 가해학생이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요.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도를 넘는 장난이 되지 않도록 하세요.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면 이 역시 가까운 어른들에게 알려야 할 피해 사실이 됩니다.
Q. 앞으로 가해자가 받게 되는 징계와 처벌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A. 가해학생 조치는 제1호부터 제9호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와 보복행위 금지, 교내봉사, 사회봉사, 심리 치료와 출석 정지, 학급 교체와 전학, 퇴학까지 그 가해 수위에 따라 단계별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르면 출석 정지와 학급 교체, 전학 조치를 당한 가해학생은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게 됐습니다.
가해학생 조치사항은 학생부위주 전형은 물론 수능, 논술, 실기와 실적위주 전형 평가에도 반영되고요. 또한 가해학생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게 하려고 심의하기 전에 자퇴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퇴할 수 없도록 시행령도 개정됩니다.
가해학생이 조치에 불복할 경우 피해학생이 심판이나 소송에 참가하는 진술권을 보장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해서 피해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도 신규로 개정됩니다.
Q. 가해학생의 처벌 강화는 물론, 피해학생을 위한 촘촘한 보호망이 생긴다는 게 마음이 놓이네요. 그런데 지난해 재단에서 발표한 <2022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연구>를 살펴보니 피해학생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요청해도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해요.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 부모나 교사가 피해 사실을 먼저 알아볼 ‘경고등’이 있을까요?
A. 아이가 멍이 들거나 신체 일부가 다쳐서 올 때가 있어요. ‘왜 다쳤어?’라고 물었는데 반사적으로 상처를 가리며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을 의심해보세요.
귀중품이 망가지거나 없어지고, 뺏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짜증이 급격히 늘고 예민해지거나 반항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눈에 띄게 무기력해지고 시무룩한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시그널이 될 수 있어요.
부모님은 자녀가 무심코 흘린 말, 수면 패턴과 같은 생활 습관, 자주 쓰는 앱이나 게임, 메신저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사춘기나 성장기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Q.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대처 방법도 알려주세요.
A. 한 초등학생이 학교폭력을 목격했는데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을 도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전화를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정말 기특해서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학생에게는 목격한 학교폭력 사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알리라고 했어요. 거기까지가 지금 당장, 목격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고 피해학생을 도와주는 행동이라고 알려줬죠. 그 학생도 가해학생 집단에게 피해를 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2주 뒤에 이 학생이 다시 전화해서 피해학생이 교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어요.
피해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관자 역시 가해자로 인식하게 되고, 그들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해요. 만약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면 주변의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꼭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글 전정아 ●사진 이동훈,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제공 푸른나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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