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밖 든든한 울타리 ]
청소년지도사
청소년들이 학교에서‘만’ 생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청소년지도사는 학교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넓은 세상에서 10대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직업이다. 때로는 인생 선배처럼 고민의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때로는 친구처럼 청소년과 눈을 맞추고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청소년지도사는 무슨 일을 할까?
청소년들의 놀이터, 그리고 꿈의 무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열리는 곳이 청소년 시설이다. 청소년 활동시설의 종류는 규모와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다. 먼저, 청소년수련원은 숙박할 수 있는 생활관과 수련을 위한 설비를 갖춘 곳으로, 주로 학급 또는 학교 단위의 단체를 대상으로 청소년 지도를 담당한다. 지자체에 거주하는 다양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청소년수련관이다. 비슷한 의미로 청소년문화의집은 읍, 면, 동에 1개소 이상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적 소규모의 시설로 문화체험, 학교 연계 사업 등이 이루어진다. 청소년 마음의 안식처, 누구나 편안하게 ‘아지트’처럼 들러 꿈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청소년 활동시설에 근무하며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지도사다.
이들은 청소년 활동을 전담하며 청소년의 잠재 능력과 사회 적응 능력을 키우고, 청소년 복지와 권리를 확대하는 일을 한다.
청소년 현장의 ‘올라운더’
청소년지도사의 주요 업무는 청소년들의 욕구를 파악해 그것에 맞게 활동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은 최신 트렌드를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뿐만 아니라 예산을 확보해서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외부 강사나 전문가를 섭외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또, 참여 청소년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 활동도 하며,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진행 과정을 점검한다. 끝으로 참여자들의 만족도 조사와 효과성 검증을 마쳐야 한다. 따라서 청소년지도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는 기획가, 청소년 시설의 홍보마케팅에 힘쓰는 마케터, 청소년들을 이끌고 지도하는 진행자 역할까지 다재다능함을 겸비해야 한다.
+ 더 알아보기 |
청소년지도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
있는 그대로 빛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바로 청소년
동작청소년문화의집 임선정 청소년지도사
‘청소년도 시민이다!’ 동작청소년문화의집은 이 슬로건을 내걸고 자치, 참여,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작은 것으로부터 변화를 이끄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의 꿈과 열정이 가득한 이곳을 찾아 ‘2021 서울특별시 시민상 청소년지도사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선정 청소년지도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청소년지도사라는 진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꿈을 이루셨는지 궁금해요.
고등학생 시절 ‘나는 뭘 잘할까?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고민을 했는데, 제가 유독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공감능력과 사회성이 좋은 편이었고, 반에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곤 했거든요. 당시 <이경규가 간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였는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신분증을 확인하고 청소년들에게 주류나 담배를 팔지 않는 가게를 찾아 양심가게 간판을 걸어주는 내용이었죠. 그때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 시기인 ‘청소년’의 의미를 자세히 알게 됐어요. 사회복지 분야나 사람과 관계 맺는 일을 하고 싶었던 저는 그 계기로 청소년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전공을 살려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하게 됐어요.
이곳에 왔을 때 ‘아무거나 코너’가 눈에 확 띄었어요.(웃음) 여기에 그려진 것들이 전부 청소년들이 기획한 활동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무거나 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정말로 ‘아무거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평가와 정산까지 참여하는 동작구의 대표적인 청소년 자치 활동이에요. 예를 들어 독도 이슈를 지속적으로 알리거나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하면서 ‘무명 독립운동가 인싸 만들기’라는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청소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꾸려나가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활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잖아요. 청소년들과 누구보다 가까이서 소통해야 하는 청소년지도사에게는 이 상황이 위기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고난을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청소년지도사가 정말 ‘멘붕’을 겪었어요. 청소년들과 피부를 맞대고 함께하는 것이 바로 이 직업의 큰 매력이거든요. 예전에는 당연하게 대면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비대면으로 전환될 만큼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갑자기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를 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무력감에 손을 놓고 있기도 했죠. 지금은 대면과 비대면 활동을 조화롭게 진행하고 있고,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대면사업을 조금씩 확대하려고 해요. 평소 시설에 찾아오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치기구를 조직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활동도 나름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특히나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영상 플랫폼이나 가상환경에서 소통하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라, 화상교육이나 회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해요.
위기를 기회로 만드셨군요!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서울특별시 시민상 청소년지도사 부문 대상’을 수상하셨어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해마다 저와 함께했던 청소년들과 청소년지도사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0년 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청소년을 만나왔는데 시민상 수상을 통해 청소년지도사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격려받는 기분이라 무척 기뻤어요. 학교연계, 체험활동, 자원봉사, 지역사회 네트워크, 복지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주는 큰 선물 같았다고 할까요? 저는 저의 직업을 소개할 때 ‘청소년들의 꿈을 그리는 긍정촉진 활동가’라고 표현하는데요, 청소년을 항상 살피고 격려하며 그들이 잠재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뜻이랍니다.
20년 차 청소년지도사로서 우리 시대의 ‘청소년’을 어떻게 정의하시는지 궁금해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요.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 즉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펼쳐져요. 그래서 청소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조력자가 필요해요. 그 역할을 청소년지도사가 할 수 있다고 믿고요. 공부가 다가 아닌, 다른 방향의 길을 덜 힘들게 찾아가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래서 청소년 시설에서 다양한 인생 경험을 펼치는 청소년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자 해요. 청소년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존재니까요.
마지막으로 아무거나,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단체 등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나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 먼저 내 손으로 찾아봤으면 해요. 특히 청소년지도사가 꿈이라면 청소년 현장에서의 경험치는 필수! 봉사활동이나 실습을 반드시 해봐야 해요. 실제로 경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온도차는 크거든요. 청소년지도사가 되기 위한 ‘필살기’도 필요한데요, 가령 디지털 능력을 키워서 청소년의 하루를 브이로그로 꾸며 유튜브를 운영하는 방식 등 자신만의 독특한 기본기를 다져보세요. 여러분 모두 스스로를 믿고 꿈의 날개를 열어놓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은주 ● 사진 손홍주 , 게티이미지뱅크, 동작청소년문화의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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