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숨은 직업 찾기] 영화 포스터 모으는 사람? 그거 누가 만들게

MODU 모두매거진 2021. 9. 16. 15:52
728x90

콘텐츠를 여는 문을 만들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왼쪽부터) 박동우 실장, 이동형 팀장, 최지웅 실장

 

잘 만든 포스터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콘텐츠도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만든다. 영화부터 드라마, 공연, 뮤지션 앨범 커버까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예술적인 ‘얼굴’을 만드는 사람들,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디자이너를 만났다.

 

 

 

훔치고픈 아트 포스터를 만드는 게 목표 

 

세 분이 포스터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지웅(이하 최)_ 어릴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지금은 폐간됐지만 예전에 <스크린>이라는 영화 매거진이 있었는데, 매거진 기사로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좋아하는 걸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포스터 디자인 업계에 발을 들인 거다.


박동우(이하 박)_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그림 그리면 밥 굶는다는 말이 있었다.(웃음) 집에서 미술하는 걸 많이 반대했지만 결국 미대에 진학했고, 광고 디자인을 배웠다. 지웅 형과는 다른 회사에서 만나 동료로 알게 됐고, 2008년에 함께 ‘프로파간다’를 차렸다.


이동형(이하 이)_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진짜로 다른 일을 하다 보니 ‘디자인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왕 돌아가는 거, 업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프로파간다를 찾았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포스터 스타일과 캘리그래피만 봐도 ‘이거 프로파간다가 작업한 거구나’ 하고 맞힌다더라. 

 

 

 

프로파간다 작업물이 가지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최_ 포스터 한 장에 작품을 잘 담아내, 작품을 보고 싶게끔 만드는 마케팅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방에 붙이고 싶을 만큼 멋진 포스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예전에 나는 영화 포스터를 훔쳐 소장하기도 했을 정도다. 어린 시절 내가 그랬듯, 지금도 훔치고 싶은 포스터를 만든다는 점이 우리의 매력 아닐까?


박_ 어디 내보이기 부끄럽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 포스터’라고 하면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스틸컷에 타이틀만 얹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디자이너들의
포스터 디자인 과정이 궁금하다.

 

최_ 로고 타이틀만 디자인한다고들 오해하는데, 절대 아니다.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영화,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콘텐츠의 분위기에 맞는 포스터와 아트워크(Artwork, 일러스트 이미지 기반 시각 예술 작품)를 만들기 위해 마케팅팀과 회의를 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포스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기획할 때는 배우의 포즈부터 스타일, 공간을 모두 설정하고 촬영한다. 촬영 후 합성, 캘리그래피 작업, 색감 보정 등 모두 우리 일이다.


박_ 큰 배급사의 작품의 경우 타이틀만 자국어로 바꿀 때도 있지만, 보통은 회의를 통해 디자인 시안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이 길다. 셋 중 자신이 낸 아이디어나 디자인한 포스터가 클라이언트에게 채택되면 그 사람이 메인 디자이너가 되는 식이다. 다양성 영화 포스터도 자주 작업하는데, 이때는 한 명이 전담으로 맡고 세상에 내놓을 때까지 책임지고 작업한다.

 

 


OTT와의 협력으로 업계 전망 좋아

 

최근 프로파간다에서 작업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신작 <무브 투 헤븐>의
포스터와 아트워크를 보면
다양한 버전으로 준비했더라.

 

 

박_ 넷플릭스는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아트워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브 투 헤븐>의 출연진인 이제훈 배우의 전작을 관심 있게 본 시청자에게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아트워크를 띄우고,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캐릭터의 복싱 장면을 넣은 아트워크를 띄워서 시청 유입을 늘리는 방식이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업무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박_ 최근 <무브 투 헤븐> 포스터를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생각하던 촬영 구도가 안 나와 고민했다. 그런데 넷플릭스 측에서 호쾌하게 천장을 뜯어 각을 만들자고 하더라. 넷플릭스의 배포에 놀랐다.(웃음)

프로파간다에서 작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무브 투 헤븐>의 포스터(왼쪽)와 아트워크 3종.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캐릭터가 분명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등 시청자 각자의 취향에 맞게 개인화된 아트워크가 추천된다.


이_ 넷플릭스가 워낙 디자인 아이디어를 구현해주려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는 편이다.


최_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도 기억에 남는다. 배우의 얼굴을 리터칭하는 과정에서 그의 잡티와 점을 지웠더니, 오히려 다시 살리라고 하더라. 더 매끈하고 예쁘게 만드는 보정을 주로 하다 신선한 수정사항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해외에서 우리 작업물이 입에 오르면서, 해외 작품의 포스터도 맡게 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장단점, 혹은 고충을 
꼽는다면? 

 

 

이_ 세상에 ‘쌩’ 사진은 없다…? 피사체가 아무리 완벽해도 더 완벽하게 만드는 작업을 거친다는 것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다.


최_ 평소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창작자와 협업하거나 좋아하는 배우를 직접 만나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자 큰 즐거움이다. 막연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 종이 위에 올리는 과정도 즐겁다. 

 

 

 

프로파간다는
오랫동안 세 명 체제로 일해왔다.
만약 네 번째 디자이너를 뽑는다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가? 
포스터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을 짚어달라. 

 

 

최_ 영화도 좋아하고, 디자인도 잘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등 툴은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면서도 ‘연예계’ 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박_ 그리고 예쁜 걸 좋아해야 한다. 심미안과 센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_ 소통 능력도 중요한 것 같다. 많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시회를 많이 다닐 것을 추천한다. 매거진도 자주 보고, 웹 서핑을 하고, 음악과 여행을 즐기면서 안목을 높이는 ‘놀이’를 해야 한다. 

 

 

 

 

앞으로 프로파간다의 
계획은 무엇인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와의
협력에 따라 전망이 좋을 듯한데. 

 

 

최_ 코로나19 이후로 개봉하는 영화가 줄어들며 수익도 예전에 비해 조금 줄었지만, 그사이 OTT가 부상하며 여러 방송과 드라마 작품을 맡게 되는 등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돌아보면 경제가 침체돼도 엔터테인먼트 쪽은 호황이 아닌 적이 없었다. K-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전망은 밝은 편이다.


박_ 앞으로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한다. 업계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촌스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러려면 철이 들지 않아야겠지? 

 

 

 

 

아직 철들지 않은 
모두에게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최_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건 꼭 해라! 그래야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도 잘 벌 수 있다.(웃음)


박_ 아~ 그 말 좋네.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넷플릭스, 프로파간다 제공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