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숨은직업찾기] 뜸, 침을 동물에게도

MODU 모두매거진 2021. 9. 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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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의 지식으로 동물을 고치다 한방수의사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있듯, 동물을 치료하는 방법에도 현대수의학과 한방수의학이 있다. 긴 역사 속 경험치 높은 진료 방식으로 동물의 아픈 곳을 고치는 직업, 한방수의사의 업무를 ‘동물제중원금손이’의 강무숙 원장과 함께 알아봤다.

 

 

 

 

한방수의사라니, 
자주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지 
정말 신기한 직업이네요. 
한방수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려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현대의학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피부와 소화기, 면역계, 신경계 질환들은 재발이 잘 됩니다. 이때 한방수의학에 따른 치료를 함께 병행하면 빠르게 개선되곤 합니다. 

 

 

 

일반 수의사가 하는 치료도 
병행하는 거였군요. 

 

 

한방수의사는 일단 수의학과에서 공부해 수의사 자격증을 갖춰야 해요. 서울대와 전북대 수의과대학에서는 커리큘럼에 한방수의학 과목이 포함돼 있어 한방수의학을 이수하면 되고요. 다른 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전통수의학회에서 1년 과정을 공부하면 한방수의사로 일할 수 있어요.


저는 호기심이 무척 많은 사람이에요. 임상 3년 차에 배운 대로 치료를 하니 치료 효과는 좋았지만, ‘치료 방법 없음’이라는 처방과 함께 더 나아지지 않는 동물들을 보게 돼요. 그러면 정말 치료 방법이 없을지 엄청 궁금해지는 거예요. 현대의학에서 방법이 없다면 한방수의학을 더 공부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현대수의학을 공부하다 
전통수의학을 연구하면 
엄청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물음표가 많았어요. 현대의학은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명확한데 한방수의학에서는 ‘기가 부족하다’, ‘음양의 균형이 무너졌다’ 등등 모호한 용어투성이였거든요. 그런데도 치료하라는 대로 했더니 환자들이 낫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신기했고, 깊이 연구하게 됐어요.

 

 

한방수의사는 당귀 등 한약재는 물론 양약도 함께 처방한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잖아요. 
많은 학생이 똑같이 의구심을 갖지 않던가요? 

 

 

한방수의학을 처음 접하면 대개는 용어가 어렵다고 해요. 하지만 이집트의 벽화를 보면 그림이지만 엄연히 언어입니다. 우리가 이해를 못한다고 해서 미개한 문명이었던 것도 절대 아니고요. 그래서 학생들을 위해 수천 년 전의 고어를 현대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변형하고 있어요. 요즘은 생화학과 생리학에 대해서도 공부 중입니다. 어쩌면 ‘기’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그런지도 모르니까요. 요즘은 이런 내용을 담아서 책을 내려고 준비 중이고요.

 

 

 

 

강무숙 원장이 직접 개발한 강아지용 침구 의자와 하네스, 한약 캡슐. 침구의자는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독일, 유럽, 프랑스 등 전 세계 15개국에 수출 중이다.

과한 것과 부족한 것을 찾아 균형을 찾도록 

 

사람과 동물의
한방 치료 방식에도
차이가 있나요? 

 

 

 

사람과 동물은 생리학적으로 달라요. 사람은 열이 올랐을 때 해열제를 먹고 땀을 내면 체온이 낮아지지만, 개와 고양이는 땀샘이 없어서 열을 관리하는 치료 방향이 달라요. 외부적으로 온도를 낮춰줘야 하죠. 뼈와 장기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혈자리도 다르답니다. 

 

 

 

현대수의학과는 용어뿐만 아니라 
치료 방법도 크게 다른가요? 

 

 

 

환자를 고치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숲을 보느냐 나무를 보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관절이 아파서 잘 못 걷는 강아지가 병원을 찾았다 칩시다. 현대의학에서는 먼저 엑스레이로 해당 부위를 촬영하고,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내릴 거예요. 그리고 관절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처방하거나 수술이나 시술 등 처치를 하겠죠.
반면 한의학은 관절이 ‘왜 아픈가’에서부터 시작해요. 잘 걷지 못하는 증상처럼 몸에 바로 드러나는 징후 외에도 붉게 충혈된 눈, 바짝 마른 코와 마른 근육, 백태 낀 혀 등을 보면서 환자가 아주 건조한 상태라는 걸 확인하는 거죠. 이렇게 수분이 말라서 뻑뻑한 상태라면 관절도 부드럽지 않겠죠? 그렇다면 모자라는 수분을 채워줄, 즉 음의 기운을 보충할 치료를 하는 거예요. 침을 놓거나 한약을 지어주고, 양의학적으로 수액을 놓기도 하고요.

 

 

 

 

부족한 것과 과도한 것을 찾아서 
밸런스를 맞춰 
정상적인 상태로 만드는 거군요. 

 

 

맞아요. 한의학은 현미경과 청진기가 없던 시절부터 생명을 살려온 역사 깊은 치료법이에요. 말하지 못하는 동물이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찾아내려면 먹고, 자고, 배변하는 모든 것을 꼼꼼히 관찰해야 해요. 그러다 보면 통증의 강도는 물론 몇 시쯤 아파할지도 예측이 됩니다. 그래서 동물이 내원하면 표정부터 먼저 살펴요. 

 

 

 

 

 

 

이곳을 찾는 동물들은 
보통 다른 병원에서 ‘치료 방법 없음’이라는 
진단을 듣고 온 경우가 많을 텐데요.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때의 
보람도 남다르겠어요. 

 

 

의식불명으로 내원했지만 한방 치료 후 5년을 더 살았던 케이스, 사지마비 때문에 MRI를 촬영하고도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침과 뜸, 한약으로 3주 만에 일어나 걷고 뛰어다니던 케이스 등등…. 보호자의 사랑과 한방 처치로 나아지는 사례를 수없이 봐왔습니다. 저는 함부로 ‘치료가 된다, 안 된다’를 정의하지 않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처치와 치료를 모두 해보고, 그러고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 능력이 닿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드리죠. 

 

 

 

 

원장님을 보고 
한방수의사의 꿈을 키울 
친구들이 생길 듯해요. 
청소년 친구들에게도 한마디 조언 부탁드립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중학생 때 어렴풋이 진로와 진학에 대한 목표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어릴 때 꿈을 갖고 미리 노력한다는 것은 그 꿈에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한방수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우리 ‘동물제중원금손이’에 문의해주세요. 궁금한 점을 멘토링해드리겠습니다.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강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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