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스페셜

[MODU 스페셜] 손가락으로 세상의 정보와 경제를 움직이는 기자

MODU 모두매거진 2021. 9. 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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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강한 펜에게 내일은 있다 [ 뉴스산업과 기자 ]

 

드라마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직업이 기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낮에 커피숍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직종이기 때문이다. 범죄수사 드라마에서는 사건사고 현장에 항상 나타나고,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와 호형호제하고,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정의를 위해 발로 뛰는 기자. 드라마 작가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직업, 기자의 전망과 트렌드에 대해 짚어보자.

 

 

종이는 사라져도 뉴스는 영원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연구센터가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PricewaterhouseCoopers)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53개국 신문산업 규모는 1079억 달러(약 118.7조 원)로 추정된다. 단순히 매출액만 놓고 보면 그리 큰 산업은 아니지만 작은 뉴스들이 모여 수조 억 달러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허브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분야라 할 수 있다.


최근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지면 뉴스 시장은 나날이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뉴스 시장은 광고 수익과 열독률, 구독률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신문산업 매출은 2016년과 비교해 지면 광고 수익은 –7.0%p, 디지털 광고는 2.7%p, 디지털 구독은 1.5%p 증가했으며 향후 5년간 성장률은 디지털 구독 8.9%, 광고 3.8%로 전망하고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만한 점은 세계적으로 지면 뉴스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감소폭이 -0.6%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면과 디지털 모두 뉴스 소비가 활발하며 향후에도 전망이 밝으리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K팝, K드라마 등 세계 콘텐츠 시장 주도하는 문화 강국으로서 향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더욱 많은 콘텐츠와 연계 뉴스를 생산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다채로운 뉴스 확산
최근 언론계의 트렌드는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매체의 다변화다. 지면에 국한되었던 20세기 신문·잡지와 달리 요즘은 웹 페이지를 위한 텍스트 기반의 뉴스, SNS용 카드뉴스, 유튜브용 영상 뉴스 등으로 형식이 다양해졌다.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종이 매체를 없애고 디지털로만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도 생겨났다. 아예 처음부터 디지털 콘텐츠만으로 구성하는 온라인 전문 매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면 매체를 기본적으로 고수해야 하는 매체들도 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잡지, VIP에게만 전달되는 럭셔리 멤버십 잡지, 기차나 비행기, 공공기관과 같은 특정 장소에 비치되는 잡지 등 여전히 종이 매체의 수요가 높은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이와 디지털의 구별이 따로 없다. 지면을 위한 취재를 하면서도 온라인 송출을 위한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언론사들의 지면과 온라인 병행은 한 가지 뉴스를 다양한 형태로 송출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확산시키는 이점을 낳았다. 때문에 기자들은 하나의 취재 소스로 여러 가지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진, 디자인 등 비주얼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짐으로써 높은 품질의 이미지와 영상을 뽑아낼 수 있는 미적 감각 역시 기자의 필수 덕목이 되었다. 또, 과거에는 유료 독자 중심으로 신문사의 수익구조가 형성되었다면 요즘은 온라인 확산에 중점을 둔 무료 기사가 주류로 자리 잡아 광고 수익 의존도가 높아진 점도 특징이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공익
을 위해 기업을 모니터링하며 긴장감을 주는 기사를 쓰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브랜드를 위한 광고식 기사를 내보내며 이윤을 추구하기도 한다. 공익과 수익, 기자정신과 매체 운영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21세기에 더욱 사랑받는 직업
하지만 이처럼 언론사가 자본주의와 결탁함으로써 공정성과 신뢰도를 지키기 어렵다는 문제 또한 생각해볼 일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디지털 뉴스리포트’를 통해 매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론 신뢰도를 발표한다. 한국은 해당 리포트의 조사국에 포함된 이래 한 번도 최하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세계 8위 규모의 뉴스산업 국가이지만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린하는 어뷰징성 기사는 독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디지털 뉴스 시대의 큰 골칫거리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머신러닝으로 작성한 AI기사가 등장한점도 기자들에게는 새로운 숙제다. 머신러닝과 자연어처리(NLP) 기술로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아도 로봇이 알아서 실시간으로 기사를 송출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기사의 등장이 기자들을 위협하기보다 더욱 질 높은 기사 생산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보도자료나 데이터 기반의 정보성 기사 작성을 로봇이 대체함으로써 기획력과 인사이트, 현장감이 필요한 기사에 전문 인력을 더욱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이는 곧 무의미한 베끼기식 기사를 줄이고 발로 뛰는 저널리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직업’으로 기자가 손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행한 ‘한국직업전망’에 따르면 기자와 논설위원은 향후 10년간 꾸준히 고용이 증가하는 직업군에 분류되었다. 일각에서는 기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종이는 사라져도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는다. 볼거리와 읽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미디어의 발달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어떤 형태와 방향의 뉴스가 사랑받을지 꾸준히 지켜보자.

 

 

 

글 황정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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