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MODU 직업인 이야기] 신문기자가 되고 싶어? 한겨레신문 송채경화 기자

MODU 모두매거진 2021. 9.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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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신문을 펼쳐 어디에 어떤 기사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

 

<한겨레신문> 산업부 송채경화 기자

 

 

200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하고 13년간 기자로 일했다. 어떻게 신문기자가 됐나?
 어릴 때부터 언론인을 진로로 정하진 않았다. 사회, 정치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원에서는 언어학을 공부했다. 그러다 주위에 정치혐오증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정치혐오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문기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년간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방송사, 언론사, 종합지 시험을 봤고, 나와 가장 가치관이 맞았던 신문사인 한겨레신문에 입사했다. 지금은 산업부 소속으로, 삼성전자, LG전자, SKT 등 통신사에 출입하고 있다.

 

2019년, 청담동 미용실 스태프들의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취재원 섭외가 쉽지 않았을 텐데.
현직에 있는 스태프들이 아무도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취재에만 몇 달이 걸렸다. 처음에는 미용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일일이 쪽지를 보내 기획을 설명했고, 청담동 유명 미용실 근처의 카페에서 무작정 말을 걸어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중 한두 명이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주기도 해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대안을 제시할 때는 미용 산업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수소문해 조언을 구했다.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면 보람이 남다르겠다. 또 기억에 남는 취재 현장이 있다면?
주간지인 <한겨레21>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기획기사를 썼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허리 디스크 환자라 일을 할 수 없어 소득이 없는데도, 젊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못 받은 분이었다. 밀착 취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셨지만, 오랜 시간 설득하자 마음의 문을 여셨다. 기사가 나갔다고 해서 그분이 바로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정계 
곳곳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을 보면 변화에 한 발짝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이런 심층 취재가 필요한 특집 기사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조각조각 나오는 기사 속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것을 기억해두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사화 아이디어를 얻는다. 또 회사로 들어오는 제보를 통해 기획안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취재원과의 관계가 소중하다. 취재원들이 나를 신뢰할 만한 기자라고 생각하면 중요 문건을 건네주기도 하고, 내부 고발자를 소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사를 쓰는 데에도 비법이 필요하겠다.
글을 유려하게 잘 써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사도 있고, 사실관계에 맞게 명확하게 적어 핵심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사도 있다. 나는 후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팩트를 많이 모으고, 걸러낼 것은 걸러내며 정확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현재는 산업부 소속이라 기업 홍보 자료를 많이 받지만, 이러한 홍보성 자료를 그저 베껴 쓰지 않고 소비자의 눈에서 검증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어느 업계에서나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신문기자는 ‘AI가 대체할 직업’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앞으로 신문기자의 전망은 어떨까?
글쎄. 신문기자는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취재하고, 진실을 모아 핵심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고도로 훈련받은 인간의 판단력이 중요하므로, 인공지능 시대가 와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통로로 만나느냐는 달라지겠지. 신문사 역시 종이 너머 온라인, 방송 등 다양한 매체로 독자와 만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세상에는 화려한 매체가 참 많음에도 전통적인 방식의 종이 신문을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신문은 언론사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지면으로 보지 않으면 온라인에서 조각 기사를 보게 되는데, 이는 종합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이 기사가 왜 1면에 있는지, 어떤 이유로 그 자리에 배치됐는지 알려면 여러 뉴스를 지면으로 보는 게 좋다. 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매체가 아닌 여러 매체를 같이 봐야 한다. 진보 성향의 한겨레신문과,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중 하나를 골라 같은 주제의 기사를 서로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직 기자로서 신문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
사회와 사람에 관심이 많아야 하며, 비판에 강해야 한다. 기자들은 심심치 않게 ‘기레기’라는 말을 듣지 않는가.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것에 단단해져야 한다. 물론 내가 비판적 관점을 갖고 현안을 파악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또 하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검증이다. 내가 믿을 만한 기자라는 것을 취재원과 동료, 후배, 데스크, 나아가 독자 모두에게 검증받는 게 좋다. 사실 기자에게 전공이나 학벌, 학력은 크게 상관없다.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시험에 합격해 10대 일간지, 경제지, 방송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여러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하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관점을 갖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잘 쓰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둬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읽고!

 

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마지막으로 미래의 ‘이달의 기자상’을 노릴 친구들을 위해 필독서를 추천해달라.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면 모두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이 두 권은 추천하고 싶다. <말이 칼이 될 때>와 <세습 중산층 사회>다. <말이 칼이 될 때>는 혐오 표현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다. 저널리즘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공정성에 민감한 요즘 친구들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정당한지, 그렇다면 점수를 높게 받은 학생이 그 점수를 받기까지 환경은 어떻게 조성돼왔는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은주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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