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부 기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대중문화의 별을 비추다 연예부 기자
‘대중문화예술인’을 흔히 연예인이라 부른다.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사회적 의제를 만드는 이슈 메이커의 역할을 하는 연예인에게 늘상 스포트라이트를 환히 비추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문화의 별, 스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연예부 기자의 24시를 들여다봤다.
“콘텐츠 생산자의 마음으로
‘덕업일치’ 이뤄보길”
<텐아시아> 김지원 기자
연예부 기자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
매체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가요와 방송, 영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예계 전반을 다룬다. 우선 가수들의 공연 현장, 가요계 이슈를 취재하는 가요 담당 기자가 있다. 방송 담당 기자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리뷰 기사를 쓰거나, 출연자들과 함께 프로그램 관련 인터뷰를 한다. 마찬가지로 영화 담당 기자는 시사회에 참석해 기사를 작성하고, 영화감독이나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렇게 각자의 담당 분야가 존재하지만, 실시간 연예 이슈나 사건·사고 소식을 챙기고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일은 연예부 기자의 공통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종일 연예계 소식을 팔로잉하려면 하루가 숨 가쁘게 흘러가겠다.
그렇다. TV는 24시간 내내 돌아가지 않나. 화제가 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대에 방영해도 기사가 바로 나와야 한다. 콘서트나 시상식을 취재해야 하는 가요 담당 기자는 주말에 근무하고 평일에 대신 쉬는 형태로 일한다. 연예부 기자에게 ‘신속성’과 ‘정확성’은 필수다. 나는 영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데, 영화 제작발표회나 간담회를 가면 행사가 끝난 후 늦어도 15~20분 내에는 기사 작성을 완료해야 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기사를 송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 같다. 혹시 ‘최애’를 만난 적이 있나?
예전에 ‘인피니트’라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는데 인터뷰를 해본 적은 없다.(웃음)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직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만난 연예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 좋다. ‘이 배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특히 인터뷰를 좋아하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꼽아달라.
배우 류준열이다. 그가 재작년에 작품을 2~3개 정도 연달아 출연하면서 만날 기회가 많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가졌고, 연기에 ‘진심’이더라. 영화 <돈>을 찍을 당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내가 어떤 얼굴을 만들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역할이 쌓인 얼굴일 테니까”라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연기한 배역들이 훗날 나의 얼굴을 만들 것 같다니, 멋지지 않나. 나는 인터뷰할 때 연예인이 아닌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으로 임하려고 한다. 그래서 인생 가치관이나 고민에 대해 질문하곤 하는데 류준열 배우는 인터뷰에서 항상 명언을 남겨서 나도 배운다.(웃음)
영화 담당 기자로서 취재나 기사 작성 노하우가 있나?
처음엔 영화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두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무작정 노트에 적었는데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더라.(웃음) 요즘에는 메모하지 않는 대신 영화 자체를 감상하면서 직관적인 나의 감정을 되짚는다. 그리고 기사에서 어떻게 적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전달할지 고민한다. 연예부 기자는 다른 기자와는 달리 건조한 문체보다는 형용사를 많이 써야 할 때가 있다. 따로 어휘 공부를 하진 않지만, 평소에 인터넷 기사나 책에서 생소한 단어를 보면 휴대폰 메모 앱에 적어놓는 습관이 있다. 이것들을 살펴보면서 영화 리뷰 기사를 쓸 때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나만의 백과사전이다.
미래의 연예부 기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단지 TV에서 보던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직업을 지망한다면 힘들 수 있다. 연예부 기자는 ‘콘텐츠 생산자’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팩트 전달의 의미를 넘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있고, 연예계 이슈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연예부 기자 선정
‘HOT 키워드 5’
아침 7시
연예부 기자의 하루는 아침 일찍 시작된다. 출근, 등교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러시아워’에 기사 클릭수가 폭발하기 때문. 아침에 발행한 기사가 하루 전체 조회수 5위 안에 들기도 한다. 연예부 기자가 받는 보도자료는 하루에 400개가량, 이 중 오전에 쏟아지는 것만 200~300개다.
코로나19
코로나19 장기화로 연예부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거나, 배우나 영화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는 ‘공인’으로서 연예인의 SNS는 근황을 알리는 용도뿐만 아니라 때로는 의견 표출의 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연예부 기자는 주요 연예인을 팔로우한 ‘눈팅용 계정’을 만들고 수시로 기삿거리를 확인하곤 한다.
라운드 인터뷰
‘라운드 인터뷰’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를 인터뷰할 시 여러 언론사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형식이다. 열띤 취재 경쟁 속에서도 당당히 손을 들고 질문할 수 있는 ‘깡’이 필요하다. 단,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갑분싸’ 질문은 피하자.
헤드 카피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는 포털 사이트에서는 기사 제목이 곧 경쟁력이다. 따라서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연예 기사의 특성을 고려해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헤드라인이 중요하다.
글 이은주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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