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MODU 직업인 이야기] 국토와 국민을 위해 산을 누비는 국립공원 레인저

MODU 모두매거진 2022. 9. 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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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연생태계와 문화유산이 있는 곳, 우리가 가꾸고 보호해서 다음 세대와 함께 누려야 할 곳, 바로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에는 설악산, 한라산, 무등산 같은 산악형과 다도해해상, 한려해상 등 해상·해안형, 유일한 역사·문화형 공원인 경주 등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근무하는 이윤수 레인저와 함께 산과 사람을 지키는 레인저가 하는 일을 알아봤다.

 

가장 높은 곳, 가장 깊은 곳, 가장 낮은 곳에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수 제공

Q. ‘레인저는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두루 해내는 직업이라고 들었어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궁금합니다.

A. 국립공원에서 자연을 보전하고 사람들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순찰하고 구조하며, 국립공원 내의 일을 도맡는 사람을레인저(Ranger)’라고 불러요.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898, 미국인데요. 당시에는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미국 육군의 업무를 도왔던 민간인들을포레스트 레인저(Forest Ranger)’라고 불렀어요. 그러다 1901년 미국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파크 레인저(Park Ranger)’라고 부르게 됐고, 1905년부터는 모든 미국 국립공원에서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해왔죠.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립공원에서 여러 업무를 하는 이들을 모두 레인저로 부르고 있어요.

레인저는 국립공원의 야생 동식물을 조사하고 멸종위기종 동물, 식물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야생 동식물을 훼손하거나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는 탐방객을 단속합니다. 다친 탐방객을 구조하고 산불이 났을 때는 소방관을 도와 산불도 끄죠. 이외에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공원에 대해 설명하고, 국립공원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Q. 산과 자연을 좋아하면 누구나 레인저가 될 수 있나요? 레인저에게 필요한 자질을 알고 싶어요.

A. 저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동물원에 입사해 사육사로 일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는 일에 푹 빠져 2002년 지리산국립공원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 국립공원 레인저로 일하게 됐고요.

인명 구조나 해설 교육 등의 업무를 위한 지식이나 자격증,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는 등의 절차는 거쳐야 해요. 국립공원 대부분42이 산이나 바다 등 지형이 험준한 곳에 있어서 산을 내 집처럼 누빌 수 있는 건강한 체력, 튼튼한 몸도 갖춰야 하고요. 내가 국립공원 레인저로서 어떤 일을 주로 하고 싶은지 정한 다음 그 목표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좋죠. 무엇보다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 직업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겁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수 제공

Q.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참여하셨군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옛날에는 우리나라 전역에 반달가슴곰이 많았지만, 일제강점기 때해수구제(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호랑이, , 늑대 등에게서 사람과 재산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야생동물을 사살한 정책)’를 한다며 반달가슴곰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했죠. 공식적으로만 1076마리가 희생당했다고 해요. 이후에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곰의 쓸개인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밀렵을 하는 등 반달가슴곰의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2000년에는 지리산에 5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추정돼 모두가 걱정했죠. 이대로 방치하면 멸종할지도 모를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2002, 국립공원공단에 반달가슴곰 관리팀이 만들어졌어요. 저도 이 팀에 참여해 우리나라 반달가슴곰과 유전자가 같은 반달가슴곰을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 등에서 도입해 지리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고요.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짝을 찾은 반달가슴곰이 새끼를 낳기 시작했고, 곰들은 인근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점차 넓혀갔어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79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Q. 지리산에 있던 반달가슴곰이 우리나라 백두대간 어디든 뻗어나갈 수 있겠네요!

A. 2015년 지리산에서 태어난 ‘KM-53(Korea Male–53, 한국에서 태어난 수컷 곰, 관리번호 53)’이라는 곰이 있어요. 일명콜럼버스 곰이라고 불린 이 곰은 2017년에 지리산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수도산으로 이동했어요. 지리산을 벗어난 KM-53을 포획해 다시 지리산에 풀어줬지만, 수도산으로 다시 돌아갔을 정도로 여행을 즐기곤 했죠. 이 곰이 올해 53km 이상 떨어진 충북 보은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KM-53처럼 지리산을 벗어난 곰이 3마리 더 있답니다. 과거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 전역을 누비며 살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반달가슴곰들이 그러길 바라요.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 탐방하길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수 제공

Q. 레인저는 산을 찾는 탐방객이 많을수록 신경 쓸 일도 많아질 것 같아요.

A. 탐방객의 사고를 예방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늘 휴대용 자동심장충격기(AED), 응급처치 약품, 무전기 등을 지니고 다녀요. 다만 국립공원은 워낙 산이 넓고 높아 모든 레인저가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어요. 그래서 국립공원 탐방로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전 쉼터를 만들어두고, 고산지대에는 대피소가 있는 거죠. 주요 지점에 레인저가 근무하고 있어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답니다. 만약 구조가 필요한 탐방객이 신고를 하면 위치를 파악해서 가장 빠르게 출동할 수 있는 대피소, 분소 등에서 레인저가 출동해 탐방객을 구조하고, 치료가 필요할 때는 119 구조헬기를 요청해서 근처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Q.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어서 탐방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수풀이 우거지고, 바윗길이 험준하더라고요. 레인저는 이런 숲길을 어떻게 잘 찾는지도 궁금해요.

A. 탐방객들은 탐방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연과 숲을 즐길 수 있지만, 우리는 연구를 하거나 불법 산행을 단속하기 위해 숲길에 들어설 때가 많아요. 다행히 GPS 기기가 있어서 위치를 알기 쉽고, 요즘은 국립공원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현장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답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죠. 지형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레인저들이 2 1조로 다니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어요.

국립공원 레인저가 로드킬을 당한 야생동물을 조사하고 철새를 모니 터링하는 모습. 다친 반달가슴곰은 치료한 뒤 다시 숲에 놓아주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시작한 지 18년 만에 첫 4세대 새끼가 태어났다. 이번 4세대 출산은 복원사업이 안정화 단계 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Q. 지금은 장마와 태풍, 집중호우처럼 여기저기에서 사고가 나기 쉬운 계절이에요.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태풍이나 폭우처럼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산에 들어올 수 없도록 입산 통제를 하고 있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갑자기 내리는 비에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날이라면 산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은 언제든 그 자리에 있어요. 내 몸이 건강하고 날씨도 화창할 때 방문해주세요.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수 제공

Q. ‘산은 언제든 그 자리에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으면서도, 산이 그 자리에 온전히 있게 하기 위해서는 산을 즐기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어요. 레인저를 꿈꾼다면 어떤 활동을 해두면 좋을까요?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자연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고, 캠핑이나 야외 체험학습으로 자연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주위에 어떤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를 자세히 바라보고 주위에 피어난 작은 꽃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세요. 그 꽃이 무엇인지, 꽃잎에 앉은 곤충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이 내가 살아가는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이렇게 야생 동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자연스럽게레인저라는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거예요.

1987년 국립공원공단이 설립되고 1호 레인저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신 전()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신용석 선배님이 쓴 글을 알려주고 싶네요. ‘맑은 영혼을 가진 자연주의자로서, 사회와 지역에 기여하는 봉사자로서, 과학과 기술과 체력을 가진 전문가로서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 가장 깊은 곳, 가장 낮은 곳에서 국토와 국민을 위해 온몸을 내놓는 레인저들을 바라보며 청소년들이 꿈과 도전을 펴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에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자질을 갖춘 친구들이 국립공원의 레인저가 된다면 우리 자연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 이 인터뷰는 경기도 어린이 신문 2022년 여름호 제휴 콘텐츠입니다.

 

글 전정아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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