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스페셜

[MODU 스페셜] 휠체어 댄서는 어떻게 연습할까?

MODU 모두매거진 2021. 11. 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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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시작된 댄스 열기가 뜨겁다. 시선을 압도하는 몸짓, 온몸으로 뿜어내는 열정, ‘본업 잘하는’ 춤꾼들이 보여주는 ‘매운맛’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여기, 휠체어를 타고 꿈의 춤을 자유롭게 그려내는 댄서가 있다. 두 바퀴로 펼쳐내는 예술, 휠체어댄스스포츠 채수민 선수를 만났다.

 

 

 

 

 

Q 휠체어로 춤추는 모습이 마치 꼭 하나의 꽃이 피는 것처럼 아름다워요. 휠체어댄스스포츠는 아직 생소한 장르이기도 한데, 어떻게 이 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저는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실용무용학과에서 걸스힙합을 전공하던 3학년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2017년 11월 낙상사고를 당하며 중도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아주대병원에서 퇴원 후 재활병원에 9개월 동안 입원해 있었어요.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학교에 가고 싶다’였어요.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국립재활원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처음 소개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은 제 반응은 이랬죠. “그런 게 있어요? 저 해볼래요!” 제가 좋아하는 춤을 계속 할 수 있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어요.(웃음)

 

 

Q 춤에 대한 ‘찐사랑’이 휠체어댄서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네요. 아무래도 휠체어를 이용하다 보니 기존에 추던 춤과 차이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적응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제가 추던 힙합은 주로 비트에 맞춰 몸의 그루브를 살리는 안무 위주였다면, 휠체어댄스스포츠는 정자세로 예쁘게 손을 뻗거나, 최대한 손끝을 살리는 동작이 많아요. 게다가 저는 처음에 휠체어 위에서 중심을 잘 잡지 못해서 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보행용 휠체어는 이용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이 엉덩이 뒤에 있는 반면, 경기용 휠체어는 중심이 조금 더 중앙에 위치하거든요. 바퀴가 뉘어져 있기도 해요. 그래야 춤출 때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고 앞으로 추진하거나 제자리에서 돌기도 쉽거든요.

 

 

Q ‘경기용 휠체어’가 따로 있는지 몰랐어요. 자세히 보니 일반 휠체어랑 다른 점이 눈에 띄기도 하고요.

A 맞아요. 휠체어댄스스포츠에서는 소위 말하는 ‘장비빨’이 있어요.(웃음) 제 경기용 휠체어를 보시면 뒷바퀴가 있는데요, 보통은 보조 바퀴가 달려 있기도 하죠. 그러면 이 축을 중심으로 빠르고 화려하게 회전할 수 있어요. 만약에 보조 바퀴가 없다면 전문 용어로 ‘윌리’라는, 앞바퀴를 드는 동작으로 좀 더 스릴 있고 난이도 높은 동작이 가능하죠. 휠체어댄스스포츠에는 다양한 기술이 있고, 각 장르마다 매력이 뚜렷해요. 저는 이제 막 이것들을 배워가고 있는 2년 차 ‘햇병아리’ 휠체어댄서랍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대회부터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두셨는데요. 오직 나만이 출 수 있는 춤의 강점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A 즐겁게 추는 거?(웃음) 애초에 사람들이 환호하고, 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서 춤을 시작했거든요. 국가대표 훈련을 하면서 코치님이 “수민아, 너는 춤출 때 너의 리듬이 있어. 너 정말 재밌게 춤추거든? 그러니까 그 장점을 살려보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체코 국제대회에서 선보이려던 싱글 프리스타일 프로그램을 전부 다시 짰어요. 조금 더 제 매력이 드러나도록 나만의 동작을 창작하고, 모두가 흥겨울 수 있게요. 그래서 누구보다 재밌고, 즐겁게 춤추는 것은 자신 있어요.

 

 

Q 무엇이든 ‘즐기는 수준’이 되려면 엄청난 연습량이 뒤따라야 할 것 같아요. 이를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A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 하루에 네 시간씩 훈련을 했어요. 파트너 선생님과 따로 만나서 연습하기도 했죠. 처음에는 집에 가면 바로 뻗기 일쑤였고, 몸살을 앓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엄청났어요. 휠체어는 이제 저의 ‘두 다리’가 되어버린 만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도 평소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사실 모든 춤의 기본은 ‘코어 힘’이에요. 초반에는 휠체어를 타고 중심을 못 잡아서 몸의 리듬감이 부족했어요. 저는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그래야 ‘뱃심’으로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활병원에서도 강력 추천하는 운동법이에요. 저도 노래방 마이크를 휴대폰에 연결해 병원에 있는 또래 친구들과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Q 와, 선수님을 보면 타고난 ‘긍정주의자’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흔들리는 멘탈을 잡는 마인드컨트롤 비법이 궁금해져요.

A 무조건 밖으로 나가기! 일부러 집을 벗어나려고 해요. 사람 많은 곳을 찾아가서 그들을 관찰해요. ‘이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 거지? 저렇게까지 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내가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 나중에는 “에이, 별거 아니었네” 하는 순간이 옵니다.

 

 

Q ‘휠체어댄서’ 채수민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A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출전한 첫 대회 때 기억이 생생해요. 콤비 룸바 경기를 앞두고, 딱 달라붙는 원피스에 낯선 화장을 한 채 대기 줄에 서 있던 제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 느낌까지도요. 그때 첫 목표는 국가대표였는데, 이제는 이뤘으니까!(웃음) 꿈은 크게 가지라고, 앞으로는 세계 챔피언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즐길 줄 아는’ 댄서가 될 거예요. 휠체어를 타면서도, 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Q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거나, 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모두의 멘토’로서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인 친구들이 있다면, 걱정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여러분에게 아직 기회가 다가오지 않은 것뿐이라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걸 찾으려면 궁금증을 가지고 뭐든지 해보세요. 꿈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꿈은 언제든 어떤 방향으로도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Mentor’s Profile

채수민
2019 전국장애인체육대회 Duo Latin Jive 단종목 2위 Latin Formation 2위
2020 장애인댄스스포츠선수권대회 및
2021 국가대표 선발전 Single Women 5종목 Class1 1위 Single Freestyle Class1 1위
2021 휠체어 댄스스포츠 Single Freestyle 부문 국가대표 선발 2021 PRAGUE
2021 WPDSIC(프라하 장애인댄스스포츠 국제대회) Single Women Class1 3위 Single Freestyle Women Class1 3위

 

 


 

 

Shall We Dance?  [ 휠체어댄스스포츠 속으로 ]

 

휠체어댄스스포츠의 역사는 독일의 한 스포츠 행사 폐막식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하나가 되어 음악에 맞춰 안무를 선보인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국휠체어댄스스포츠연맹을 창립했고, 2004년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IPC(휠체어댄스스포츠 지역 챔피언십)에 가입해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왔다. 현재 우리나라 휠체어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는 등급별 스탠더드 및 라틴 종목으로 구분하여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종목에는 룸바, 자이브,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 같은 라틴댄스와 왈츠, 탱고, 비에니즈왈츠, 폭스트록, 퀵스텝 등의 스탠더드 모던댄스가 있다.

 

서울시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학원 홍보영상 속 채수민 선수와 조동섭 선수가 휠체어댄스스포츠 콤비 라틴 파소도블레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채수민 선수와 조동섭 선수가 2019년 서울 장애인전국체전 휠체어 듀오 경기에서 라틴(자이브) 댄스를 선보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프라하 장애인댄스스포츠 국제대회에서 싱글 프리스타일 부문 3위를 차지한 채수민 선수가 세계의 다른 선수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9년 대만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싱글5종목 부문 3위를 차지한 채수민 선수.

 

 

 

글 이은주 ●사진 오계옥, 채수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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