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U 직업인 이야기

[MODU 직업인 이야기] 맥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 내가 먹는 피자까지 오는 과정

MODU 모두매거진 2022. 8.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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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였던 식품 부산물,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완벽한 먹을거리가 됩니다
-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곡물의 운송길이 끊기며 ‘식량 위기’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석유 위기, 금융 위기와 함께 세계 3대 위기가 된 식량위기로 인해 어떤 국가가 더 많은 식량을 안전하게 확보해뒀느냐 역시 국력의 척도가 됐다.


이러한 식량 위기 시대의 대안법으로 떠오른 것이 가치가 낮거나 부산물이어서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상품화하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리하베스트’는 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이다.

 

보리 부산물로 밀가루를 대체할 원료를 만든 리하베스트는 아시아 최초로 ‘업사이클푸드협회’ 멤버로 가입되어 있기도 하다. ‘맥주박’, ‘식혜박’으로 불리며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부산물을 친환경적인 원료로 새활용한 리하베스트의 민명준 대표에게 창업 스토리와 창업가에게 필요한 자세를 물었다.

 

 


블루 오션(Blue Ocean)이 아닌, 블러디 레드 오션(Bloody-red Ocean)으로!

Q. ‘푸드 업사이클링’ 개념이 조금 낯선데, 리하베스트를 창업하게 된 계 기를 알려주세요.
A. 이전엔 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어요. 식품 회사의 컨설팅을 돕다 보니 많은 사람이 식품을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을 우려하고 있더군요. 이를 처리하면서도 선순환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로 푸드 업사이클링을 생각했어요. ‘리하베스트’는 맥주나 식혜 등을 만들고 남은 보리 부산물을 수거해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제분을 만든 기업이에요. 처음부터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뤄지는 상거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사업이죠. 보리 부산물을 무상으로 수거해서 깨끗이 세척하고 말린 뒤 곱게 갈면 우리가 개발한 ‘리너지 가루’가 돼요. 지금은 여러 식품 기업에 원료로 공급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미스터 피자’, ‘뚜레쥬르’ 등의 기업에 공급해 피자 도우가 되고, 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답니다. 리하베스트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리너지 가루를 활용해 만든 리너지바나 셰이크, 그래놀라 등의 제품 역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Q. 블루 오션(Blue Ocean, 새로 탄생하거나 경쟁자가 별로 없는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나요? 

A. 국내 최초로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을 것 같기도 한데요.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이나 비전만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사업의 타당성(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의 추진 능력과 기술성, 시장성, 경제성, 위험 정도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충분히 검토하는 건 창업의 첫걸음이어야 해요. 그런 면에서 보리 부산물은 식이섬유나 단백질이 많아 영양 성분이 좋고 원가도 저렴했죠. 자원의 마지막 단계가 폐기가 아닌 순환이 될 수 있다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도 줄 수 있었고요.
리너지 가루의 경쟁상대는 밀가루예요. 절대 블루 오션이 아니죠. 개인적으로는 레드 오션(Red Ocean, 과거부터 존재해온, 경쟁이 치열해 포화상태가 된 시장), 그중에서도 더 경쟁이 심한 블러디 레드 오션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런 레드 오션을 더 좋아하기도 해요. 

‘리하베스트’에서 만든 ‘리너지그래놀라’와 ‘리너지바’, ‘리너지 쉐이크’. 현재 리너지바와 리너지 쉐이크는 온라인 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Q. 레드 오션일수록 좋다고요? 경쟁자가 많다는 뜻이잖아요. 

A. 창업가가 시장을 만들 수는 없어요. 하지만 레드 오션은 이미 시장의 규모가 크니, 작은 차이에도 소비자가 크게 움직인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그저 수익으로만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세상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성공의 척도라고 생각해요.
저는 몇 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았었어요. 건강에 이상이 생기자 ‘내일 죽어도 불행하지 않을 만한 일’이 뭘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죠. 죽기 전에 떳떳하게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니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도움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식품 부산물로 인간에게도, 지구에도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사회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품을 만들거나 검수하는 과정에서도 발달 장애인 등 사회 취약 계층과 함께 일하고 싶었고요. 

 

 

Q. 그렇게 보면 리하베스트는 이미 성공한 기업이군요. 버려지는 부산물을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니까요.

A. ‘사람 사료를 만드는 거 아니냐’는 날 선 비판도 있었지만, 친환경을 어렵지 않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며 우리 제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많이 생겨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곳에서 부산물을 수거해 대체 유제품 같은 제품군의 확장을 고려 중이에요. 참기름이나 소주, 막걸리 등의 부산물을 활용해 대체 우유, 치즈, 버터 등을 만들어보는 거죠. 사업 타당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랍니다.

 

‘리하베스트’에서 만든 ‘리너지그래놀라’와 ‘리너지바’, ‘리너지 쉐이크’. 현재 리너지바와 리너지 쉐이크는 온라인 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시장을 파악하되 시류만 따르지는 말 것 

Q. 대표님은 회계학을 전공하고 기업 경영 컨설팅을 했던 경험으로 꼼꼼하게 창업을 준비하셨고, 그 덕에 창업 4년 만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탄탄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내셨어요. 창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나요? 

A. 청년 창업가를 지도하고 조언해주는 멘토링을 종종 하는데,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 그 길로 무작정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단순한 아이디어는 누구나 떠올려요.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고요. 창업을 하기 전 제일 필요한 질문은 ‘내가 왜 이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예요. 경험, 배경, 자본 등 사업을 잘할 수 있는 바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무엇도 없다면 뜨거운 열정이라도 있어야 해요. 

 

 

 

 


창업을 하기 전 제일 필요한
질문은 
‘내가 왜 이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예요.
경험, 배경, 자본 등 사업을 잘할 수 있는 
바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무엇도 없다면 뜨거운 열정이라도 있어야 해요.

 

 

 

 

 

Q.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시네요.

A. 리하베스트는 시장과 소비자의 수요를 아주 명확하게 파악한 뒤 비로소 시작한 사업이에요. 식물성 단백질이나 배양육 등 대체 식품을 찾는 사람들의 70%는 채식주의자가 아닌 친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에요. 그 점에서 친환경 가치에 주목하면 대중성과 사업성이 분명히 있다고 봤거든요. 이렇게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고 긍정적인 사업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죠.
창업의 과정은 지치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가진 것과 본인의 노동력을 모두 쏟아부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만 원도 못 버는 사업은 절대 천만 원을 벌 수 없어요. 기다리면 시장이 받아줄 거라고 무턱대고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리하베스트’에서 만든 ‘리너지그래놀라’와 ‘리너지바’, ‘리너지 쉐이크’. 현재 리너지바와 리너지 쉐이크는 온라인 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Q. 등을 떠밀기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서 오히려 든든하고 현실적인 조언이네요. 아직 사회에 발을 들이기 전인 10대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A. 학생 신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거 하나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그리고 해야 할 것이 뭔지 정의하고 균형을 잡는 거죠. 제가 청소년일 때만 해도 정보를 찾을 방법이 정말 적었어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할 수 있는 선택지나 기준 자체가 거의 없었죠.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게티이미지뱅크, 리하베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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