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과연 있을까? 앞으로 약 3년 뒤인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사회로 진입하기까지 불과 1년 6개월도 안 남은 시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할머니에게 행복한 일과 일상을 선물하는 브랜드 ‘마르코로호’의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돌파하자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한다. 할머니의 손길로 직접 만든 작은 소품으로 큰 가치를 전하는 ‘마르코로호’의 신봉국 대표를 만나봤다.
할머니들의 행복을 전하는 메신저 오늘의 이야기 주인공이자 ‘마르코로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할머니’입니다. 대표님께서 어르신, 특히 할머니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의 빈곤율과 자살률이 우리나라가 제일 높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할머니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때의 여성 노인들은 사회에 진출할 기회가 적어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은 세대였거든요.
그래서 할머니를 위한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할머니를 떠올린 이유는 평소에 제가 할머니와 각별한 사이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늘 저와 함께였던 할머니를 참 좋아라 했지요.
창업을 결심한 데에는 할머니가 저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제 마음의 고향인 경상북도 상주에 사무실을 열고 2015년부터 ‘할머니들의 행복 메신저’로 열심히 달려오고 있습니다.(웃음)
‘마르코로호’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할머니들이 직접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과정에 참여할 할머니들을 한 분씩 찾아다니며 설득하셨다고요?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을 하는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먼저 시청에 연락을 했었어요.
그러니 할머니들이 자주 가시는 경로당 지도를 하나 주시더라고요.
바로 그곳으로 가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워놓고 우리가 구상하는 사업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사실 우리 시대 할머니들 중에는 글을 못 읽거나 읽어도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인 분들이 아직 많아요.
그래서 글을 몰라 부끄러워서 화를 내는 할머니, 아예 듣지 않으려는 할머니들도 있었어요.
그들을 위한 사업을 해보자며 뛰어든 저조차도 할머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후로는 쉬운 말과 그림으로 할머니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할머니들이 하나둘 모여 ‘마르코로호’의 수공예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마르코로호’처럼 어르신들의 손글씨나 손그림 등으로 제작하는 굿즈를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 점점 생겨나고 있어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해서 여러 기업에서도 실버 세대와 협업해 마케팅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조금씩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야 이런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어르신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나 비영리단체가 많이 등장해서 이 판을 같이 키워나가는 것을 항상 꿈꿔왔어요.
저는 우리 회사의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나도, 우리도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된다’고요. 지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류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거든요.
그럴 때 ‘나중에 60대, 70대가 되면 얼마나 쓸쓸해질까’라는 고민을 해요.
이것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그리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문제가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나중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르코로호’처럼 어르신들을 위한 브랜드가 열심히 사업을 벌이는 것과는 별개로 사회 전품38체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여러분도 따뜻한 관심과 함께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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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처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앞길을 개척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지금 당장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오랫동안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소명의식은 사실 인생의 ‘속도’라기보다 ‘방향’이에요.
보통 우리가 잘 알 만한 유명인들, 한 분야에서 뚜렷한 결실을 맺은 사람들을 보면 소명의식 없이는 결코 그 자리까지 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명의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독’입니다. 하지만 책을 그저 많이 읽기보다는 그보다 더 값진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었구나’, ‘이렇게도 삶을 살 수 있구나’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 인생의 ‘경험치’를 늘린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펼쳐보길 바라요.
글 이은주 ●사진 바림 ●자료 제공 마르코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