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재발견] 그림을 못 그려도 웹툰을 만들 수 있어! 웹툰PD 정영훈
그림 실력이 없어도 만화를 사랑하는 열정만 있다면 웹툰을 만들 수 있다고?
웹툰 작품이 흥행의 바다를 제대로 항해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직업인,
웹툰PD를 만나 이들의 업무부터 인기 있는 웹툰을 제작하는 꿀팁까지 물었다.
정영훈 웹툰PD
•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석사
•서울문화사 만화편집기자
•서울문화사 콘텐츠기획팀장
•서울미디어코믹스 부국장
•전 추계재담 웹툰아카데미 기획자과정 강사
•전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현 스튜디오 예스원 웹콘텐츠본부장
원석을 빛나는 보석으로 갈고닦아 세계로!
Q. PD님은 만화 편집기자로 일을 시작해 지금은 웹툰PD가 되셨는데요, 웹툰PD가 되기로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국어와 미술을 좋아하고, 만화 보는 걸 즐기는 평범한 어린이였어요.
만화에 진정한 재미와 힘을 느낀 건 대학에 입학해 학보사(학교 신문사)에서 만화를 그리면서였죠.
이후 서울문화사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만화 편집자의 길을 걷게 됐답니다.
사실 만화와 웹툰은 프레임이 다른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책장을 넘겨 읽는 만화는 가로로,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 웹툰은 세로로 읽는다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결국 같은 콘텐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웹툰PD로 업무가 변하게 됐답니다.
Q. 웹툰PD는 웹툰 작품이 연재를 시작하고 완결되기까지 작가의 곁에서 관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웹툰PD가 하는 업무를 모두 알려주세요.
작품 기획부터 작가 섭외, 작품 선정, 작품과 작가 관리, 작품 판매와 홍보,
저작권 관리와 해외 수출입 및 거래처 관리 등의 업무가 있어요.
먼저 작가의 작품 설정이 참신한지, 대중성과 상업성이 있는지 검토한 뒤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독보적인 작품을 만드는 기획 단계를 거칩니다.
작가의 샘플 원고와 시놉시스(간략한 줄거리, 개요)를 보고
독자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작품을 고른 후,
더 나아지게 할 부분을 찾아 고치고 살을 붙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때로는 웹툰PD가 먼저 작품을 기획해 작가들에게 연재를 제안하기도 해요.
이렇게 작품이 만들어지면 웹툰PD는 이 작품을 판매해야 해요.
작품을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 여러 웹툰 플랫폼에 소개하고,
연재 계약을 제안합니다.
연재가 결정된 작품은 연재 기간 동안 작품을 관리해야 하고요.
원고의 진행 상황과 마감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거죠.
독자와의 연재 약속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니까요.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2차 저작권(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른 형식의 저작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곳에서 제안이 들어와요.
이럴 때는 저작권 관리도 웹툰PD의 몫입니다.
해외에 작품을 수출할 경우 해외 거래처 관리도 해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꾸준히 교류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어두는 일도 필요해요.
웹툰 작품에 관한 모든 일은 작가와 상의해야 하니까요.
(중략)
Q. 그렇다면 웹툰의 ‘성공’은 무엇으로 평가하나요? 기준이 궁금해요.
성공의 기준은 간단해요.
작품성과 대중성, 그리고 수익을 내는 사업성을 갖춘 것입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그린 만화도 웹툰 플랫폼에 연재가 되는 세상이에요.
누구나 웹툰을 그릴 수 있고 작가로 데뷔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모든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지요.
이러한 평가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리게 되기도 하고요.
Q. PD님이 생각하시는 성공한 웹툰은 어떤 작품인가요? 좋은 웹툰을 골라보는 비법도 궁금해요.
저처럼 웹툰을 오랜 기간 보다 보면 초반부만 읽어도
앞으로 더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정주행 각’인지 알 수 있습니다.(웃음)
저는 출근하자마자 웹툰을 보는데, 하루 종일 웹툰만 볼 때도 있죠.
요즘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한 전개로 인기를 끌고 있는
<99강화나무몽둥이>와 <재벌집 막내아들>이 재밌더라고요.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소설부터 웹툰, 드라마까지
동시에 보면서 세 가지 버전으로 달라진 콘텐츠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OSMU 콘텐츠는 원작과 함께 보는 게 좋아요.
원래는 웹툰과 싱크로율이 높은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한다고 생각했는데,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서 개연성을 더하고
역사적 사실을 추가한 각색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고 보면 주인공이 환생하거나, 시간을 되돌려 ‘인생 2회차’를 살게 되는 회귀물처럼
현대 판타지 장르 웹툰이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웹툰은 트렌드나 시대정신(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 정치적, 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실이 얼마나 팍팍하고 경쟁이 치열합니까.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개인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을 위한
힐링 콘텐츠가 필요해진 거예요.
자연스럽게 독자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가 인기를 얻게 되는 거죠.
또 요즘 독자들은 주인공이 고생하고 고통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먼치킨(Munchkin)’이라고 불리는 극단적으로 강한 캐릭터가 인기가 높습니다.
트렌드를 잘 읽고 대중적인 유머 감각을 갖춘
(중략)
Q. 어떤 작가와도 케미를 발휘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친구들이 웹툰PD를 잘할 수 있겠네요. 웹툰PD에게 또 필요한 자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웹툰PD가 일하는 분야는 크게 세 곳이에요.
웹툰 플랫폼과 에이전시(제작·관리 대행사), 제작 스튜디오죠.
플랫폼 웹툰PD에게는 좋은 웹툰을 빠르게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해요.
양질의 작품을 엄선해서 플랫폼에 연재해야 수익이 나니까요.
웹툰 작가를 관리하고 작품을 빠르게 제작해야 하는
에이전시 웹툰PD에게는 플랫폼과 작가 모두에게 이득이 될 지점을 찾아
협상할 수 있는 협상력이 필요합니다.
제작 스튜디오PD에게는 세분화된 작가를 관리하고 작업을 운용하는 능력,
스토리나 각색을 맡아 웹툰을 함께 만들어가는 작가적 소양도 필요하죠.
물론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웹툰을 향한 열정과 소통 능력,
트렌드를 파악하는 감각과 기획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해요.
포토샵과 클립스튜디오 등의 그림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것도 도움이 되죠.
Q. 웹툰PD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지금 준비할 수 있는 활동을 추천해주신다면요?
공부도, 노는 것도, 모든 것에 진심이 되길 바라요.
오늘 공부하는 과목의 교과서에서, 방금 본 스포츠 경기와
게임 한 판에서도 좋은 웹툰 소재가 나올 수 있어요.
주변 모든 것이 웹툰의 아이템이 된답니다.
그리고 여러 장르의 웹툰을 볼 때는 편식을 하지 마세요.
밥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듯, 콘텐츠도 골고루 봐야 보는 눈이 길러진답니다.
지금부터 ‘이제까지 본 웹툰 리스트’를 만들어보세요. 웹툰의 작가, 장르,
이 웹툰의 재미 포인트를 정리해보는 겁니다.
이 세 가지를 꾸준히 기록해두면 웹툰PD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거예요.
학생들이 웹툰을 보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있어요.
웹툰 관련 직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웹툰PD의 직업 전망을 알면 더 당당하게 이 꿈을 키워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대부분의 단순한 생산 활동은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담당하게 될 거예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직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직업을 가져야겠죠?
그것이 바로 인간의 창작 활동으로 이뤄진 웹툰입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K-콘텐츠가 될 웹툰을 만드는 주역이 되어주세요.
인기 웹툰을 제작하는 비법
1. 트렌드를 읽어라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독자에게 결핍된 점, 독자가 갈망하는 점을 찾아 웹툰에 반영한다. |
2.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라 보편적인 재미를 만드는 것은 탄탄한 구조! 기승전결과 갈등, 클라이맥스, 반전을 적재적소에 조화롭게 배열해야 한다. |
3. 장르를 정했다면 확실히 해라 개그, 액션 등 장르를 확실히 정해 최고의 재미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독자의 반응이 따라온다. |
4. 공감을 활용하라 독자층의 공감을 얻을 포인트를 잡아내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트렌드는 물론, 상처와 트라우마도 파악해 작품에 반영해야 한다. |
5. 몰입하게 만들어라 공포심과 생존 본능은 인간을 집중하게 한다. 작품에 맞는 적절한 연출과 색채 사용 등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 |
6. 등장인물을 확실하게 설정하라 웹툰은 캐릭터 비중이 높은 콘텐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관된 자세를 보이는 등장인물이야말로 ‘살아 있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7. 3B를 이용하라 Baby, Beauty, Beast, 즉 아기와 미인, 동물 캐릭터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소재다. |
8. 중학생 수준에 맞춰라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명료한 주제의식을 갖추고 명쾌하게 전개해야 한다. |
글 전정아 ●사진 바림, 정영훈 ●참고 도서 <웹툰PD가 되고 싶습니다>(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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